[사설] 쌀시장 전면개방은 안된다.

민중의소리
최종업데이트 2014-03-05 07:36:05

한국 농정의 최고당국자인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3일 “쌀의 의무수입량을 더 이상 늘리지 않기 위해서는 관세화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쌀 시장을 완전히 열겠다는 것이다. 장관은 이를 6월까지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결정하겠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쌀의 관세화 개방을 강력히 추진하면서도 겉으로는 이를 부인해왔다. 장관의 발언은 이제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쌀시장 전면개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정부는 쌀시장을 부분적으로 개방한 '관세화 유예' 조치를 한국이 누려온 특혜라고 규정한다. 이 특혜를 연장하기 위해서는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그럴 바에는 시장을 완전히 열고 350에서 500%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관세화 개방 불가피론이다.

하지만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 조치는 협상의 결과이지 특혜가 아니며, 관세화 유예 조치가 만료되는 2014년 이후를 규정한 어떠한 명문화된 규정도 없다. 관세화 개방도 막고 MMA 도입물량도 현행대로 동결할 수 있다. 쌀시장 개방정도를 현상태로 동결하는 현상유지가 가능하며, 이는 한국정부의 핵심적인 협상전략이 되어야 한다. DDA 협상 또한 중단된 조건에서 우리가 서둘러 관세화 개방이니, 의무수입량 확대니 하는 말을 꺼낼 이유조차 없다는 것이 통상 전문가들과 농민단체의 공통된 견해다.

쌀에 대한 관세화 유예를 ‘특혜’로 보는 정부관료들의 인식은 국제 통상협상 결과를 상대국의 ‘시혜’나 ‘선의’로 판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그 어떠한 결사적인 노력도 없이 미국 등 선진강국의 눈치만 살피며 알아서 퍼주는 정부와 통상관료들의 통상사대주의다.

박근혜 정부 들어 극에 달한 통상사대주의는 “이제 더 이상 선진강국의 선의와 특혜를 기대할 수 없다”는 관세화개방 불가피론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쌀에 대하여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고율관세 낙관론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이야말로 미국과 중국이 선의를 베풀지 않는 한 도저히 실현될 수 없는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

이미 FTA가 체결된 미국과 FTA를 급속하게 추진중인 중국을 상대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한미 FTA 협상 막바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014년 이후 미국과의 추가적 쌀 협상을 약속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에 더해 TPP(환태평양경제공동체) 참가를 공식화하였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에게 쌀과 쇠고기 시장의 완전한 개방을 요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예외없는 관세화와 관세장벽의 철폐를 추구하는 통상만능주의 정책의 기조 속에서 쌀에 대해서만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정부 주장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동필 장관의 6월 언급은 의미심장하다. 6월을 기해 쌀시장 전면개방에 대한 정부 입장을 결정하겠다는 것은 6.4 지방선거에서 '한판 붙어보자'는 농민에 대한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이로 인해 6.4 지방선거에 나서는 농촌지역 후보자들의 주장은 저절로 결정되고 말았다. 진보당을 비롯한 모든 야당 후보자들은 '쌀시장 전면개방 반대'와 '식량주권 실현'을 첫머리에 걸고 선거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