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밭목에서 천왕봉 오르는 길이 무척이나 힘들었던 모양이다. 

쉬 녹지 않는 몸을 밤새 뒤척이다 새로 두시가 넘어서야 편안해졌다. 

새벽 5시,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고 어젯밤 남겨놓은 밥을 끓여 훌훌 넘기고 길을 나선다. 

그럭저럭 6시가 다 되었으나 아직 어둠 속, 하동 쯤으로 생각되는 도시의 불빛이 한치잡이 어선으로 불야성을 이룬 제주 밤바다같다. 

바람은 없으나 몹시 추워 출발부터 시작된 오르막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선답자들에 의해 잘 다져진 눈길이 수월하다. 






한시간쯤 걸으니 어둠이 물러나고 동녘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오늘 천왕봉 일출은 그지 없이 장관이겠다. 



천왕봉 그만 쳐다보고 이젠 나를 보란듯 반야봉이 지척에서 손짓한다.  



덕평봉 지나 벽소령 사이 중간, 어느 골짝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지리산은 참 크고 넓다. 



벽소령 지나 형제봉 인근, 한결 가까워진 반야봉이 야하게 손짓한다. 

벽소령 산장은 휴식 없이 통과하였다. 



천왕봉과 노고단 중간 지점에 형제봉이 있다. 



덕유산으로 달려가는 백두대간




지리산에서 먹는 마지막 밥. 

라면에 김치 몰아넣고 햇반 투여 후 죽탕을 만들다. 

어찌 이 맛이 꿈엔들 잊힐리야..




토끼봉 지나 화개재로..

연하천에서 화개재 이르는 구간은 조망도 잘 터지지 않고 경사 심한 봉우리를 오르내려야 하기에 꽤나 지루하고 힘들다. 

이제는 반야봉이 진짜로 지척에 있다. 



반야봉 중턱 묘향암. 어쩌다 눈에 띄었을까?

시간 내서 한번 오라는 모양이다. 

그래 반야봉은 훗날 보다 깊이 들어가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그냥 통과한다. 



"긍게 쩌~그서 우리가 왔단 말이제이? 하그비~"

삼도봉에서..




새로운 산줄기 낙남정맥이 시작되는 지리산 남부능선이 한 눈에 잡힌다. 

날 좋은 날 삼신봉에 오르니 지리산 주릉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펼쳐지더라.. 



만복대가 성급하게 손짓한다.

만복대에서 바라보는 반야봉이 죽인다는데.. 



피아골



돼지령을 넘는다, 노고단을 향하여..



구례로 흘러드는 섬진강, 

노고단에 서니 호남정맥에 속한 뭇 산들이 달려와 머리를 조아린다. 

역시 지리산은 산중의 산이다. 



백두대간을 향한 첫발, 지리종주의 대미를 긋는다. 

새로운 시작, 작은 시작의 끝을 본다. 

연하천 지나면서 물팍 아프기 시작한 정룡이가 노고단은 기어이 오르자 했다. 

지리 종주 용의 눈알을 위하여..



이름하여 '화룡점정'



천왕봉 우게 달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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