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라산,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한라산을 오르는 가장 손쉬운 길, 영실에서 어리목까지 가벼운 산행을 한다.
이 길로는 백록담을 오르지 못한다.
대신 위풍당당한 한라산 화구벽을 바라볼 수 있으며, 드넓은 고산 평원인 선작지왓의 이국적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길지 않은 시간 큰 힘 들이지 않고 한라산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이 길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4월의 한라산은 겨울은 갔으되 봄은 아직 이른 매우 어정쩡한 상태에 있었다.
군데군데 잔설이 남아 있어 겨울이 완전히 물러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봄꽃이 앞다투어 피지도 않는다.
등산로 초입 소나무 숲에는 곧게 뻗은 아름드리 적송이 들어차 있다.
재선충 유입으로 제주도 소나무 숲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고사목 제거 등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아직 한라산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으나 피해지역이 점차 한라산 인근으로 확산되고 있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라산만큼은 지켜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한라산의 아름다운 적송 군락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
등산로 주변에 온통 흰색뿐인 새끼노루귀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세바람꽃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볼레오름과 이스렁, 어스렁, 왕오름 등이 산재해 있다.
다음 기회에는 저 오름들을 올라봐야겠다.
구상나무숲의 사스레나무를 스쳐 지난다.
구상나무숲이 끝나고 갑자기 펼쳐지는 고산 평원 선작지왓, 그 너머로 화구벽이 보인다.
선작지왓은 선+작지+왓이 어우러진 말로 '작은 돌들이 서 있는 밭'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선작지왓을 온통 제주조릿대가 뒤덮어버렸다.
조릿대에 치여 다른 식물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지난겨울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을까?
슬리퍼 신은 열 리 총각 경록이가 앞서간다.
이번 산행에는 돌하르방 닮은 열리 총각 경록이가 함께 했다.
제주에 가면 항상 만나 술을 마시면서도 한 번도 산행을 같이 한 적이 없었다.
술만 잘 먹을 줄 알았는데 산을 몹시 잘 탄다.
다음부터는 꼭 같이 다니기로 했다.
원앙 식당 돔베고기에 고기국수로 마무리.
고기 삶은 물에 퍼데기 잘라 넣은 국물이 일품이다.
소금간만 했을 뿐이라는데 희한하게 시원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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