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물쇼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오전 가뭄 피해 지역인 인천 강화군 화도면 흥왕리를 방문했다. 소방 차량의 호스를 들고 논에 물을 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뉴시스


나라님의 가뭄 대책이 겨우 물대포라니



[사설] 대통령의 한심스런 가뭄 행보



민중의 소리



극심한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들녘에 물을 뿌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화제다.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을 똑같이 여기는 농민들의 입장에서 대통령이 쏘아대던 강력한 물줄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훈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타들어가는 모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는가? 자식같은 모가 죽어가는데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소방차 물대포가 아니라 소방헬기로 물폭탄을 쏟아 붓는다 해도 농민들은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행위를 ‘쇼’라 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가뭄은 이미 겨울부터 시작됐고 매우 심각해진 것은 두 달이 넘었다. 여태 어디서 뭐하다 이제야 나타나서 그러고 가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대단히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참사에서도, 메르스에서도 대통령은 늘 그랬다. 귀중한 시간 다 허비하고 뒤늦게 나타나서 자다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포즈 한번 잡아주고 사라져버렸다.


박 대통령은 농민들에게 “하늘이 도울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리고 농정 당국자들에게는 “장마가 오기 전에 준설을 마치라”고 지시했다. 비가 오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도대체 앞뒤도 없고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도 없다. 한 방울의 물이 금쪽같은 농민들 앞에서 장마가 오기 전에 준설을 마치라 지시하는 것은 “떡 본 김에 제사나 지내자”고 조롱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할 일과 일선 공무원들이 할 일이 따로 있다. 대통령이라면 적어도 당장의 가뭄 극복을 위한 핵심 방안과 가뭄이 되풀이되지 않게 할 근본대책을 내놓고 여기에 쏟아부을 국가적 역량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가를 제시했어야 한다. 박 대통령에게 “4대강에서는 강물이 썩는다는데 왜 논에는 물이 없습니까?” 하는 정도의 문제의식과 해법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백번 양보하여 대통령이 직접 소방호스를 잡았는데 하다못해 전국 각지의 극심하고도 절실한 가뭄지역에 소방차와 살수차, 레미콘이 줄을 잇게 하는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실로 무능하고도 한심한 정부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그저 보여주기 위한 “쇼”라는 세상 사람들의 비웃움에는 다 이유가 있다.


대통령이 이 지경이 되도록 농식품부 장관 이하 농정관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제도 오늘도 미국산 밥쌀을 사들여올 엉뚱한 논리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