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풍년에도 한숨, 흉년에도 한숨


민중의 소리


박근혜 정부 들어 끝없이 폭락하던 농산물 가격이 올해 들어 반등하고 일부 품목은 일시적으로 폭등하기도 했다. 생산비는 고사하고 종자 값도 건지지 못해 수확조차 포기하던 농민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일이겠다.


하지만 올해의 농산물 가격 호조가 다름 아닌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따른 것임을 감안하면 실상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소득증대 효과는 미미하거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농민들은 풍년에도 한숨, 흉년에도 한숨을 쉰다.


농민들을 한숨짓게 하는 근저에는 정부의 무분별한 개방농정과 한심하기 짝이 없는 가격정책이 있다. 오랜 개방농정의 결과 값싼 수입농산물이 차고 넘치는 농산물 시장 상황은 일상적이고 구조화된 가격폭락 사태를 야기하는데 정부는 이를 수수방관한다. 다만 가격이 오른다 싶으면 재빠르게 대책을 발표하고 수입량을 늘려 가격상승을 막는다.


최근 마늘, 양파 등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 싶으니 정부가 ‘주의’니 ‘심각’이니 하는 주의보를 발령하고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의 조기도입과 증량, 민간 직수입 물량 확대를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수입량을 급히 늘리겠다는 것이다. 제 버릇 개 주지 못한다는 옛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의 이런 조치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정부의 발표만으로 마늘 경락가가 20kg 한 망당 4천원 가량 하락했다. 농민들은 손에 돈을 쥐어보기도 전에 망연자실하다. 더욱 큰 문제는 수입량 확대가 필연적으로 공급과잉을 불러와 차기년도의 가격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예는 무수히 많고도 많다. 농민에게는 생산비 보장, 소비자에게는 안정된 가격의 안전한 농산물 공급이라는 구호는 빈 말이 된지 오래다.


가격 잡겠다고 수입농산물 대량으로 들여와서 농민 등치고 나라 망치는 행위는 이제 그만둘 때도 되었다. 농민에게는 생산비를 보장하면서 안전한 우리 농산물을 안정된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한 제대로 된 가격정책, 농산물 수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농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최저가격 보장조례’ 등을 합리적 대안으로 제시해 놓고 있다.


농민들의 합리적 대안에 귀를 기울이고 힘을 모아 대처한다면 “한치 앞도 못 내다보는 정부”라느니 “농산물 수급조절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느니 하는 농민의 원성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