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지는 않지만 힘 좋은 가물치 낚는 꿈을 꿨다. 

낚시대가 뿌러질 듯한 힘겨루기 끝에 겨우 낚아 올렸는데..

복권을 사야 되나 잠시 생각했으나 족보에 없는 짐승이니 별볼일 없을거라 금새 단념하고 말았다. 


잔디밭 이슬 가시는 동안 다녀온 운곡습지 탐조. 

갖은 새소리 들리는 가운데 벙어리뻐꾸기 소리 가깝다. 

이동 시기 숱하게 들어왔지만 울창한 숲 속에서 움직이는 은밀성으로 하여 한번도 실체를 확인한 적이 없다. 

하여 "내 이번에는 기어코 보리라" 다짐을 해보지만 번번히 때를 놓치곤 했다. 

녀석들 이동시기가 바쁜 농사철과 겹치는 탓도 있다. 


벙어리뻐꾸기


내 오늘 드디어 너를 보는구나. 

아직 잎이 채 무성해지지 않은 나뭇가지 높은 곳에 앉아 벙어리 냉가슴 앓는 듯한 답답한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녀석 이내 날아가버리고..


벙어리뻐꾸기


벙어리뻐꾸기


아쉬움을 달래던 차 다시 눈 앞으로 날아와 앉는다. 

용쿠나.. 

간밤 가물치를 낚아올리던 손맛보다도 더한 짜릿한 전율에 잠시 몸서리친다. 


벙어리뻐꾸기


오랜 숙원 하나를 풀었다. 

이제 우리나라에 정규적으로 오는 두견이과 새들 가운데 매사촌 하나만 숙제로 남았다. 


뻐꾸기야 모르는 사람 없겠고..

'홀딱벗고 홀딱벗고' 하며 호탕하게 울어대는 검은등뻐꾸기. 

'홀딱 벗겨주'라고도 하고 '쪽박 바꿔주'라고도 해석하는 독특한 울음의 두견이. 

그리고 이 녀석 벙어리뻐꾸기, 다른 두견이과 새들에 비해 울음소리가 가장 답답하다. 

모두 탁란하여 번식하는 불가사의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 곧 매사촌들이 지나가게 될 터, 이것들 보겠노라고 선운사 골짝을 찾은지 몇해 되었으나 아직 보지 못했다. 

개체수도 적거니와 좀 더 바쁜 철 며칠 사이에 지나가버리는 탓이다. 

올해는 꿈 한번 잘 꿔 보자고..

까짓것 잉어라도 한마리 건져올린다면 볼 수 있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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