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슨 풍경인가?
전주의 한 호텔을 경찰들이 에워싸고 있다. 무려 600여명..
개정된 농협법의 주요내용을 설명하겠다는 농식품부 설명회장 앞이다.
그런데 왠 경찰들이 이렇게.. 무슨 고위 인사라도 납신걸까?
아니다. 농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왜?
전농 전북도연맹과 농민들은 이날 설명회가 이명박 정부의 농업선진화 방안에 대한 일방적인 선전, 홍보의 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음을 제기하고 '작지만 강한 농업으로 가는 길'이라는 농업선진화 관련 강연을 뺄 것을 요구하였다.
아울러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들녘이 모내기로 눈코 뜰 새 없는 상황에서 농민을 철저히 배제하고 무시한 설명회의 중단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끝내 강행하였고 이에 문제제기하기 위해 들녘에서 달려온 몇 안되는 농민들을 막기 위해 600명에 달하는 경찰을 앞세워 이런 살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농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농업선진화 방안을 농민을 퇴출시키고 농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이명박은 더 이상 농업의 동력을 농민으로 보지 않고 있다.  
농업외 자본이 진출한 농기업을 육성하여 농업을 살리겠다고 한다. 
이명박은 그나마 생색내던 쥐꼬리만한 보조금조차 농민으로부터 강탈하여 자본에게 안겨주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중이다.


설명회장에 입장하는 조합장 양복 끄트머리를 부여잡고 잠입(?)한 호텔 안에서는 농식품부 직원인 듯한 말쑥하게 차려입은 양복쟁이가 온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입장하는 내빈들을 안내하고 있다.
이 사진 한장 찍고 발각되어 바로 쫓겨나야 했다.


그러나 대다수 조합장들은 입장조차 하지 않았고 입장했던 조합장들조차 농민의 참여를 봉쇄한 설명회에 임할 수 없음을 이유로 퇴장해버려 설명회는 무산되었다.



설명회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려 했던 조합장들의 패찰이 경찰의 군화발 아래 나뒹굴고 있다.
이 나라 정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 오로지 헌법 위에 군림하는 공권력이 있을 뿐이다.

농협법이 되었건 농업선진화가 되었건 그 주인, 주체는 누구인가?
당연히 우리 농민들이다.
그런데 농민들이 한시도 논밭에서 벗어날 수 없는 1년중 가장 바쁜 농번기를 틈타 농업과 농민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을 지들끼리 도둑괭이처럼 해치우려는 속셈은 무엇인가?
아니 그것은 속셈이 아니다.
농업을 포기하고 농민들 퇴출시킨 그 자리에 농기업이라는 이름의 외부자본, 1% 부자를 들어앉히려 하는 정부의 의도가 작동하는 이상 그 자리에 농민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명박 농정에 농민은 없다. 있어서도 안된다.  
그러나 두고 보라.
오늘 비록 경찰의 군화발 아래 조합장들의 이름이 짓밟히고 농민들의 분노가 차단되었지만, 내일은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 발 아래 놓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