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군데 술자리를 전전하며 부어댄 술.
하루가 지났음에도 술기운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오랜만에 경험해보는 숙취의 고통.
이런 날은 쓰린 속을 달랠 강력한 국물이 절실하다.


천안문 짬뽕이다. 정확히 말하면 삼선짬뽕.
고창에서 짬뽕을 가장 잘하는 집이다. 내가 아는 한 그렇다.
빨간 국물에 담긴 해산물이 요란스럽지 않게 적절하다.
적절하게 매움한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천안문 짬뽕을 먹기 시작한 지 10여 년, 한결같은 맛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숙취에 시달리는 아침이 고창에 가까울 때면 천안문 짬뽕을 찾는다.
숙취를 풀 목적이 아니라면 이과두주 한병 주문해서 곁들이면 매우 좋다.


내가 짬뽕을 먹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이다.
그전까지는 짜장면이 가장 맛있는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먹어본 짬뽕 맛에 반해 짜장면보다 맛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날 이후 나에게 최고의 중국음식은 짬뽕이다.
오늘까지 많은 짬뽕을 먹어보았지만 처음으로 짬뽕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성남 종합시장 근처의 중국집, 을지로 3가 안동장의 간결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던 짬뽕, 공주 이인면 소재지에서 먹었던 맛깔난 짬뽕 맛은 지금도 머리에 남아 있다.
고창 천안문은 고창고등학교 정문 맞은편 골목 입구, 고창군청 근처에 있다.

## 꽤 오래전에 작성한 건데 요사이에도 가끔 이 글을 들여다보는 분들이 있다. 그 사이 천안문은 가게를 다른 곳으로 옮겼고 삼선짬뽕 맛도 예전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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