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재촉하는 것일까?
연 이틀 새벽을 깨우는 비가 내린다.
하긴 입춘도 지났으니..
농사꾼들 마음 싱숭생숭해지겠다.

농한기가 따로 없는 요즘 농사라지만 그래도 설 쇠고 대보름 지나야..
나같은 얼치기 농사꾼이야 가는 겨울이 아쉽기만 하지만
진짜 농사꾼들은 삭신이 쑤실 일이다. 들판이 그리워..
작품 속의 이 냥반도 겨울이라고 하루를 쉬지 않았을 것이다.
장작이라도 뽀개고, 그래도 할 일이 없으면 빈 들판이라도 둘러보았을 것이다.

전시회를 구상하며 창작에 몰두해 있는 박홍규 화백의 최근작이다.
술 안잡수고 맨 정신으로 파다 글발을 거꾸로가 아니라 옳게 새기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팠다 한다.
다시 팔 때는 술을 자셨는지 모를 일이다.
지게에 걸린 황새목낫(조선낫)이 너무 새놈이다.
새로 장만하셨는가?

      빈 지게를 지고 돌아올지라도 농사꾼은 맨몸으로 들에 나가지 않는다.
     산그림자만 한마당 지고 올지라도 농사꾼은 빈몸으로 들에 나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