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
금방이라도 심을 양으로 서대보았으나 올 봄 유난히 지짐거리는 비로 하여 어버이날인 5월 8일에야 땅콩 파종을 끝내었다.
늦으면 늦은대로 급한 녀석들이 빨리 순을 올린다는 어른들 말씀도 있고, 5월 10일 안에만 심으면 무난하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때를 놓치지는 않은 것이 분명하다.


초벌 로타리를 쳐놓은 밭에 석회와 비료를 뿌린다. 


다시 재벌 로타리를 치고..


막걸리 한잔 묵고..


골을 딴다. 여기까지 하루에..


비닐 씌우기를 시작한다. 양쪽에 삽 질러놓고 혼자 하는 일이라 일이 잘 굴지 않는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갈 길이 너무 멀어보인다.
낼 모래 또 비온다는데 마음은 바쁘고..


비닐피복기, 10년을 넘게 굴려온 작업기라 손에 익숙하다.


오후 4시 반, 이제 술기운이 필요한 시간이다.
깡맥주 두개를 삽시간에 비우고 복분자를 서너잔 걸치니 전신에 술기운이 엄습한다.
그래봐야 작업기 끌고 두어바퀴 돌고 나면 술기운은 말짱 달아나고 말 것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다.
마지막 한두룩이 남았다.
하루 하고 한나절이 걸렸다.
집에 혼자 있던 막둥이가 어린이날 일만 할거냐고 밭으로 찾아왔다.
사진기 들이대니 막 도망가버리고.. 같이 나가 짜장면 사먹고 왔다.


5월 7일, 드디어 땅콩을 심기 시작한다.


평지에서는 유모차에 기대지 않고는 걸음도 잘 걷지 못하는 분들이 밭에만 들어가면 날아다닌다.
이 냥반들 마자 돌아가시면 누가 땅콩 숭거줄까?


5월 8일, 어제 다 못심고 남은 구간은 마침 나온 농활대들이 마무리하였다.
가물 징조일까? 땅콩을 봐서는 비가 한번 와야 할 터인데 온다는 비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