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부기 한마리 외롭게 외롭게 논을 헤집고 다닌다.
뭐 그다지 먹는 것에 연연하지는 않는 듯 하고 그저 이 논 저 논 옮겨다니며 울고만 있다.
아마도 짝을 찾는 듯..
그러나 그 어디에도 암컷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논두렁에 오른 뜸부기 혼신의 힘을 다해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듯한 뜸부기 소리는 너른 들판에 멀리 멀리 퍼져나간다.
이 모습을 보는 내내 '뜸부기 몸으로 울었다'는 옛날 영화가 생각났다.
80년대 에로 영화가 아니었나 싶었는데 집에 와 뒤적거려보니 몸으로 운 것은 뜸부기가 아니라 앵무새였다.
다만 뜸부기는 새벽에 날았을 뿐이다.
"고향도 못간 뜸부기가 이 도시의 처마에서 지금 슬피 울고 있다" "이 슬픈 뜸북새를 .. 고향으로 돌려보내라"  
광고 문구도 애틋한 '뜸부기 새벽에 날다'라는 영화가 검색된다.

지금 우리의 뜸부기는 짝을 찾기 위해 온몸으로 울고 있다.
번식지인 우리 들녘이 고향일 터이지만 이 너른 들판에 짝도 없이 혼자 뿐이니 사람이라면 우울증에라도 걸릴 판이다.
하루 빨리 짝을 찾아 번식에 성공하길 바랄 따름이다.

이 자랑스런 날개를 봐줄 짝이 없다고..

어디 있냐고~?

대관절..


짝을 찾는 눈길에 그리움이 묻어나고..

논둑을 걷는 뜸부기의 뒷모습에 외로움만 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