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정우태 의원을 당선시킨 장흥 농민들의 뜨거웠던 선거열풍.
덩달아 들뜬 객지 사람의 가슴을 시원하게 갈무리해주던 회진의 된장물회.
무더운 여름날 혹은 묵은 술기운의 찌꺼기가 몸과 마음을 짓누를때마다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한사발씩이나 고이게 하던 그 된장물회.
어찌나 노래를 불렀던지 각시까지 덩달아 된장물회를 동경해오던 터..
강진까지 왔는데 그냥 가겠느냐는 은근한 압력을 이겨낼 수 없었다. 
비 할라  내리는데..

태생부터 장흥인 전농 총장님께 전화를 건다. 
읍내 두어군데 횟집을 점지해주고는 덧붙인다. 
"그래도 회진으로 가야지, 우리횟집이 젤 낫어"
그래서 달렸다. 회진으로..


때깔만으로도 맛을 좌우하는 근본이 된장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잘 익은 열무김치 그리고 청양고추. 언뜻 보면 얼음 띄워놓은 시래기국처럼 보인다.


밥까지 들어가야 맛이 완성된다. 영락없는 시래기된장국이다.
맛? 감히 모방하기 힘든 깊은 전라도 맛이 난다.
저력과 내공이 깃든..


우리 각시는 이미 배를 두들기고 있다.
내 차지가 되었다. 이제부터 물회 먹기의 진수를 보여드리겠다.


전날 먹은 술기운이 눈 주위에 몰려 있다.


다시 느끼는 바이지만 물회는 소주와 어울린다.
막걸리와 먹다가는 배가 터져버릴지 모른다. 정말로..
전북에서 소주를 달라 하면 '진로냐 하이트냐'를 꼭 묻는다. 그러면 나는 한라산 달라 하고..
전남에서는 묻지 않는다. "닥치고 보해 먹어" 이런건가보다. 보해는 좋겠다.


마지막 국물까지 남김없이.. 이런 손님을 주인들은 잘 기억해준다.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해 주는 모양이다.
다음에 다시 가면 좋은 대접 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회진으로 가야지, 우리횟집이 젤 낫어" 총장님 말씀에 크게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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