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사람들은 어쩌다 이런 방식으로 막걸리를 팔 생각을 하였을까?
엄청난 규모의 상차림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가격의 불일치. 
'박리다매'의 전형이라 하지만 수지를 맞추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막걸리 골목을 지나다 보면 극한의 두 풍경을 쉽게 보게 된다.
아무도 없이 텅 빈 집과 미여터져 발 디딜 틈조차 보이지 않는  막걸리집.
그것은 아마도 상차림의 차이에서 비롯될 것이다.
가지수는 많으나 젓가락질 할 데 없는 상차림으로는 결코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전주 막걸리집에 처음 가시는 분들은 두가지를 경계해야 한다.
늦은 밤에 가는 것과 한산한 집에 들어가는 것.
잘 되는 집은 이미 장만한 안주를 모두 소진하고 장사를 마쳤을 것이고 안되는 집들이 밤 늦게까지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 많은 경우 실망스러울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산한 집은 이유가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잘 나가는 집들은 갈수록 기업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규격화된 안주와 극심한 소음. 대화는 포기하고 묵묵히 술울 마시는 것이 상책이다.

새롭게 떠오르는 서신동 막걸리 골목.
도연맹 사무실과 인접해 있어 농민회 일로 전주에 나가게 되면 고냥 돌아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광주보다도 전주가 더 멀게 느껴지는 고창 사람들에게 전주 막걸리집 방문은 색다른 경험이 된다.
도연맹 토론회를 마친 고창 사람들 막걸리집 '일번지'를 찾았다.
도시 사람들이 술을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각. 그러나 농민들은 출출한 참때가 되었다.
날씨도 텁텁하니 건더기 가라앉은 말강술을 시켰다.


고창을 빛내시는 빛나리 지회장님들.. 가운데 양반, 모자 한번 벗어보시랑게..
구국의 강철 마빡 전대협이랑가 뭇이랑가.. 정기 모임을 가지자고 빨간옷 지회장님이 역설하고 계신다.
나보고 총무를 하라는디 나는 아직 자격이 없노라고 사양하였다.


오매 이 옹골진 안주들은 다 어쩔 것이여. 하지만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


음~ 이런 것도 나온단 말이제이. 지회장님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지고..


세주전자째 나오는 게장밥. 일번지 최고의 안주가 아닌가 싶다.
이 집에서는 딱 세주전자까지 마시고 일어서는 것이 좋다.
무슨 안주가 나오는지 확인하겠다고 여덟주전자까지 마셔보았으나 술만 몽땅 취하고 기억은 잘 안나고..
뭐 산낙지, 홍어삼함.. 이런 것들이 나오는 듯 하나 이미 배는 터질락 말락 하고 과히 좋지 않다.
많이 먹고 보대끼는 것만큼 미련한 짓도 없을 터..


게장밥은 옆자리에 앉은 농민 현장예술가 홍규형이 손수 비벼주신다.
손놀림이 가히 예술적이다.
깔끔하게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