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우리 동네 동림저수지에도 황새가 왔었다.
중학교 때였던가 황새 덕에 면장님이 테레비에 나왔다. "방장산 맑은 물과.."로 시작되는 인터뷰 장면이 기억에 꽤 선명하게 남아 있다.
동림 저수지에 황새가 온 것은 그것으로 마지막이었다.
보다 더 오랜 이전에는 좀 더 자주 황새가 도래하였을 것이고 더 오래된 과거에는 텃새로 흔히 살았을 것이다.
대부분이 백로류였을 새들을 보고 우리는 흔히 황새라 부르며 컸다. 과거 황새가 흔했던 시절의 반영일 것이다.
지금은 백로를 보고 황새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황새는 기억 저편의 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황새가 왔다. 물론 동림 저수지는 아니다. 약간은 먼 거리를 달려가서 보고 왔다.
벌써 한달이 지난 일이다.
이처럼 근거리에서 제대로 본 것은 난생 처음이다.
단 한마리 뿐이다. 평생 일부일처로 살아간다 하는데 아직 처녀이거나 총각인 모양이다.


황새가 마을 위를 난다. 과거에는 우리 사람들과 어울려 이렇게 살았을 것이다.
뒷산 큰 소나무 위에 둥지 틀고 우리 사는 지붕 위를 날아 마을 앞 개울가에 내려앉아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오랜 세월을..
하지만 이제 그런 황새는 영영 볼 수 없다. 
그저 겨울 한철 진객처럼 찾아드는 극히 소수의 황새만 볼 수 있을 뿐이다.  


황새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다만 부리를 부딪혀 딱딱거리는 소리를 낼 뿐이다.
부리를 벌리니 부리 밑에 선홍빛 피부가 드러난다.


째진 눈, 두툼하면서도 날카로운 부리, 우람한 덩치..
황새의 위엄은 뭇 새를 압도한다.
한 인상 하는 넓적부리 녀석들도 황새 앞에서는 다소곳할 뿐만 아니라 고개가 물 속에 쳐박히도록 넙죽 큰 절을 올린다.
"형님!" 그러고 보니 총각 황새인 모양이다.


황새의 명함은 이러하다.
국제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 멸종위기종. 국제보호조.
지구상 생존 개체수 대략 3,000마리 추정.
천연기념물 19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