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는 시점에 몰아닥친 폭설에 강추위, 좋지 않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스산하고 걱정스러운 소식이 넘쳐난다.
이것저것 덮어버리고 해가 바뀌는 며칠간이라도 잊고 가자고 내린 눈일까?
하여튼 우리는 산에 올랐다.
새벽에 오르기 걱정스럽지 않겠냐며 텐트 싸짊어지고 1박을 감행하였다.
저녁 9시 40분경 양고살재를 출발한다.
추위도 잠시 몸은 이내 후끈한 열기에 휩싸인다.
능선에 오르니 세찬 바람에 눈발이 날리고 길은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벽오봉, 고창읍내의 불빛이 휘황하다.
허리까지 차는 폭설과 매서운 칼바람 속, 눈이 낮은 곳을 찾아 텐트를 친다. 쉽지 않다, 악전고투.
몸이 다시 얼어붙고 이빨이 부딪힐 지경이 되어서야 텐트가 쳐졌다.
11시 30분. 여기까지 두시간가량이 걸렸다.
눈과 바람이 아니었다면 한시간 안에 마무리되었을 일이다.

텐트 안에 든다.
이렇게 아늑하고 따뜻할 수 있을까?
그 어떤 특급호텔에 든다 한들 맛볼 수 없는 아늑함이다.
김치 넣고 대충 만든 안주가 꿀맛, 언 소주가 몸을 덥힌다.
새해에는 어찌 살 것인가에 대한 약간의 대화 끝에 침낭에 몸을 누이니 이내 잠이 든다.
몇 시쯤 되었을까? 새벽녘 다시 시작된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텐트를 잡아 흔드는 바람소리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사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새해 아침. 해가 예쁘게 올라온다. 장엄함보다는 다소곳한 일출이다.
많이들 올라왔다. 50여 명쯤 되는 고창 사람들이 함께 해맞이를 하였다.
무슨 소원들을 빌었을까?
새해에는 좋은 일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텐트를 걷고 출발이다. 9시 30분쯤 됐을까?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신설을 밟는 걸음이 상쾌하다.
멀리 이어진 능선 맨 뒤에서 두번째 봉우리까지 가야 한다.

정상. 입암 갈재까지 이어진 능선이 아직도 아스라하다.
하지만 우리가 갈 능선길은 헬기장이 있는 유달리 눈이 많아보이는 햐얀 두번째 봉우리까지이다.
휴양림 임도와 어슷하게 만나는 지점에서 나타난 선행자의 발길은 여기에서 다시 되돌아가고 여기서부터 다시 신설을 헤치고 가야 한다.

 
 

다 왔다.
영태 머리 위의 봉우리가 우리가 출발했던 벽오봉.
3시간가량이 걸렸다.
입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하다.

 
 
 

능선을 버리고 용추골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매우 가파르다.
스키 타듯 미끄러져 내려오니 하산하는 데 한시간 남짓.
가장 가깝고 과격한 하산길이다.

침낭에 텐트, 카메라 뿐인 내 짐에 비해 취사도구 등등 잡다한 물건을 짊어진 영태는 짐이 무거웠나 보다.
피곤한 기색을 보이더니 갖은 꾀를 내기 시작한다.
엉덩이 썰매 타다 똥침 맞고..

배낭 깔고 배로 밀고 가다가..

배낭을 개 끌듯 끌고 간다.

 

다 내려왔다.
꿈 속을 거닐듯 다녀온 방장산 심설산행 1박 2일.
임도에서 바라본 방장산이 넉넉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