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가면 어떤 녀석이 있다. 

어디에 어떤 녀석이 나타났다더라 혹은 번식중이라더라. 

이런 소식을 듣고 오랫동안 벼르다가 만나는 경우와 전혀 예기치 않게,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예기치 않은 녀석을 만나는 경우. 

어떤 것이 더 오질까?

후자의 경우 흔히 '조복'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행운으로 치부한다. 



날도 더운데 목욕하는 녀석들이라도 있을까 싶어 들어선 계곡. 

숲에 들어서자마자 어디선가 휙 날아와 내 앞에 떡 하니 자리를 잡는 녀석이 있었으니..

팔색조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쌍으로다가..

사진기를 조작하는 손가락이 떨리고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몹시 흥분하여 숨결까지 빨라져버리는 이런 경우 좋은 사진을 건지기 어렵다. 

녀석들은 내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눈 앞에서 깡총거리며 숲 바닥을 돌아다닌다. 

어둡고 장애물이 많다. 




녀석들은 깡총거리고 돌아다니고 나는 무릎걸음으로 따라다닌다. 

좀 환한 곳, 그러나 셔속 1/100초정도라야 할 정도..

녀석은 몸을 움추렸다 늘였다 하는 동작을 반복한다. 

나를 봤다. 그러나 그다지 개의치 않는 착한 녀석이다. 







주로 숲 바닥을 깡총거리며 돌아다니고 나무가지에 앉기도 하고 계곡을 건널 때나 겨우 날개를 펴는 정도로 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정도이다. 

마치 호사도요처럼..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두 녀석이 다 찍힌건지 한 녀석만 찍힌건지 알 수가 없다.  


녀석들의 생태와 습성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전화통화하는 사이  시야에서 사라지더니 영 다시 보이지 않는다. 

숲 속 다소 깊은 곳에서들리는 울음소리만이 녀석들의 존재를 확인시켜준다.  

두 녀석이 함께 다니는 것으로 보아 부화를 마치고 육추중인 것이 아닐까 하였으나 일정한 장소에 드나들지도 않고 먹잇감을 물고 있지도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번식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아니면 오누이 혹은 형제지간이거나..

아! 이번 장맛비에 번식처가 훼손되었을 수도 있겠다. 

내일 아침 다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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