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 좋은 날. 

간밤 꿈에서는 긴꼬리올빼미를 보았다. 

어찌 해서인지는 몰라도 올빼미를 잡았는데 잡고 보니 긴점박이올빼미라..

너는 지난번 보았던 녀석이니 내 너를 놓아주마 하고 날려보냈는데 아뿔싸 긴꼬리올빼미다. 

옆에 있던 각시더러 어디에 앉는지 잘 보라 이르고 헐레벌떡 사진기 갖고 달려와 사진에 담으려 하니 밧데리가 없다. 

그러다 깼다. 

아침나절 길을 나서 '야미도'로 향했다. 군산 사는 가무락이 일러준 탐조터. 

새만금 방조제로 연결된 덕에 배를 타지 않고도 갈 수 있다. 

야미도에서는 할미새사촌, 진홍가슴, 황금새 등 무려 6종의 새로운 새를 만났다. 

돌아오는 길, 갈곡천 하구 수앙 들판에 들렀다. 

일찌감치 모내기를 끝내 도요새들이 많이 내리는 논이 있다. 

멀리서 보아도 구분이 되는 한무리의 학도요들이 논 중간에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다. 

한 녀석이 수상하다. 

열심히 부리질을 해 대는데 부리질 하는 양이 꺅도요를 닮았으나 꺅도요는 아니다. 

처음 보는 녀석..

부리가 두툼하고 퉁실한 몸매가 재작년 제주에서 보았던 큰부리도요를 닮았다. 

그런데 눈썹선이 선명하다. 

긴부리도요? 한데 몸색깔이 영 진하다. 

일단 많이 찍어두었다. 

아쉽게도 빛 방향이 좋지 못하다. 


가무락한테 보내서 확인한 결과 긴부리도요다. 

여름깃으로 옷을 갈아입은 탓에 쉽게 판단하지 못했다.

한반도에서는 극히 희귀하게 관찰된다는 긴보리도요. 

나는 오늘도 귀한 새를 예기치 않게, 매우 쉽게 보는 탁월한 조복을 이어간다. 

꿈에 본 긴꼬리올빼미가 긴부리도요가 되어 내 눈 앞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