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시작한 비가 "이것이 장맛비다" 하고 시위라도 하듯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쉼없이 내리고 있다.
쏟아지는 빗발을 뚫고 논밭 둘러보고 저수지 가상 모타 건져내고 나니 온몸이 쫄딱 젖고 말았다.
뭐 더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목욕하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비가 다소 꺼끔하다.

꽤 말랐던 저수지가 다시 만수위가 되었다. 대단히 큰 저수진데 비가 많이 왔다.
물 넘는 문행기에서는 동네냥반들 나와 떠내려가는 붕어랑 잉어 잡고 있다.
아그들은 없고 죄다 중늙은이들이다.
남쪽 하늘부터 떠드는 것이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비가 그치는가 싶었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비가 내리고 있다.

수로가 감당하지 못하는 또랑물이 논으로 달라들어 모폭을 위태롭게 한다.



큰또랑물이 빵빵하게 내려가니 수매깊은 논들은 물에 잠겼다.


물에 잠긴 논 위로 제비들만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장맛비 세게 내리는 날의 풍경, 이래저래 농민들은 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