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리 동네 말로 가실.
가실하러 집에 왔다.
2주만이다.
껄맠 구절초는 이미 시들어불고 산국이 활짝 피었다.
이제 가을도 저물어가는 터..


낫을 갈아 논으로 간다.
안개가 자욱하니 끼어 이슬 걷힐라문 날 저물게 생겼다.
콤바인 돌 자리 갓 돌리는데 지나가던 할매 한마디 하신다.
"모 숭거놓고는 통 안븨드만 나락 빌 때 됭게 보겄네."
"아따 할매가 으디 갔다 왔든갑만 그요"
ㅋㅋㅋ.


날은 영 깨나들 않고 먹은 술이 알근해져 올 무렵 점심때가 지나고서야 콤바인이 왔다.
나락을 빈다는디 물 쪘던 자리라 그런지 소출이 영 시원찮다. 
농사진 이래 최악이다.
배동할 무렵 결정적 시기에 침수가 되야버리니  재주가 없었던 모양이라. 
물 쪘던 논에서는 두섬꼴로 나왔다. 
말 그대로 반타작.. 그것 참.. 허망하기 짝이 없다. 

 
나락 비는 사이 해가 꼴딱 넘어가고 말았다.

  
나락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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