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을 시작한 지 세시간여만에 우리는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주릉에 당도하였다. 

천지를 둘러싼 거대한 봉우리들이 시선을 압도하고 짙푸른 천지의 수면은 신비롭기만 하다. 

무수히 보아온 너무도 명백한 천지, 바로 그 천지가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 민족의 시원으로부터 DNA에 새겨져 세대를 거듭하면서 더욱 강렬하게 각인되어 온 '민족의 성산'이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벅차오르는 가슴으로 실감한다.




신기하고 놀라운 사람. 



감격에 겨운 사람.



무덤덤한 사람.



겉으로 드러난 반응과 표정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 우리는 통일역사기행에 온 사람들이다. 



역시 단체사진 한장 박고



우리는 천지 물가로 내려선다. 

돌이 굴러내리는 대단히 가파른 길을 조심스레 더듬어 내려간다. 



편안한 길이 나온다. 

푸른 초원을 걷는 편안한 소걸음으로 천지호반을 걷는다. 



구름도 우리를 따라 내려온다. 

구름은 일순 많아지기도 하고 걷히기도 하면서 조화를 부린다. 

철이 늦어 많은 꽃들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하나씩은 버티고 있다. 

늦은 손님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두메양귀비



구름국화



큰오이풀



비로용담



껄껄이풀, 고려조밥나물




40여분을 걸어 천지 물가에 도착하였다. 





천지의 물은 몹시도 맑고 차갑다. 

발이 시려 오래 서 있을 수 없을 정도, 물은 그냥 입 대고 벌컥벌컥..




천지 물가에서 점심을 먹는다. 

백두산 더덕이 얹혀진 볶음밥, 기름이 줄줄 흐른다. 

꿀맛으로 먹었다. 차로 오른 사람들은 맛이 없어 못먹었다네. 

맛있었는데..



물에 동동 뜨는 백두산 부석


점심을 먹고 간단한 행사를 진행하였다. 

통일을 기원하는 건배와 고천문 낭독, 결의발언.. 건배는 들쭉술로 하였다. 

행사를 진행하는 사이 구름이 걷히고 내내 구름 속에 들어 있던 장군봉이 위용을 드러낸다. 

장군봉은 우리 정면에 있다. 거의 오차 없이 12시 방향. 

다음에는 저짝으로 올라가 천지를 보리라 다짐한다. 

진보적 정권교체, 대선승리의 결의를 다진다. 






농민가를 부르고 천지 물가에서의 기념촬영으로 자리를 마감한다. 

꿈결같은 시간을 뒤로 하고 이제는 천지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순간 천지로 뛰어든 사람이 있었으니 '국내 유일의 진정한 농민화가' 박홍규 화백의 만행이다. 

아쉬움에 겨운 예술가적 감수성이 그 누구도 꿈만 꾼 행위를 대표로 자행하였다. 



천지여 잘 있으라.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다시 돌아보며 숫제 뒤고 걷다시피 한다. 

다시 올 것이다. 다음번엔 다른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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