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섬 울릉도에 가다.
얼마나 많은 계획들이 세워지고 허물어졌던가?
한번 간다 간다 하면서도 실제 마음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막무가내의 묻지 마 추진력이 발동되지 않는다면 평생을 미루다 끝나버릴 수도 있는 그곳,
울릉도는 참 먼 곳이었다.
시간과 명분 그리고 사람.. 이래저래 잘 맞아떨어졌다.
추석을 쇤 이튿날인 23일 심야에 출발하여 24일 아침 배를 타고 입도, 섬에서 이틀을 자고 26일 오후 배로 나와 다시 밤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여정이 잡혔다.
집결지는 전주 월드컵 경기장, 자정 무렵 사람들이 모여든다.
부안의 정덕순, 군산의 이한세, 완주의 박홍규, 고창의 주영태, 그리고 우리 내외간.. 총 여섯이다.
면면을 보면 어지간한 발등의 불 정도는 빈 깡통 차듯 털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출발이다. 길은 막히지 않고 시원스레 뚫려 있다.
묵호까지 가는 길이 심히 멀다. 배 시간과 운임을 고려한 것인데 다음에 다시 간다면 포항을 택하겠다.
대략 6시간을 달려 여객터미널에 근접하니 바다가 붉다. 수평선에 구름이 없어 오여사를 볼 수 있겠다.
불과 1~2분 만에 해가 솟는다. 절묘한 시간 맞춤이 아닐 수 없다.
모두가 찬란할 여행길을 직감하며 탄성을 내지르기 바쁘게 아침해도 훌쩍 올라와버린다.
아침을 해결할 시간이다.
평소 아침을 얼마나 챙겨 먹고 살아왔는지 알 수 없으나 유독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밥보다는 술 생각이 간절해진 탓이리라.
하긴 여행 중에 이런 일출을 보고도 술을 먹어주지 않는다면 그것도 문제는 있다 하겠다.
묵호항 어판장 부근 뒷골목 동명 식당을 찾았다. 명절 뒤끝 해장 손님들에 놀란 아주머니께서 복지리를 잡수라 한다.
아~! 좋다. 홍규 형은 지난번 해운대에서 먹어본 복국보다 낫다 한다.
방금 본 일출의 감동이 개입된 것이겠지만 예기치 않았던 참한 맛이다.
덕분으로 소주병이 꽤 쌓였다.
든든해진 배, 알알한 술기운, 좋은 여행을 위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8시 30분 출항한다 하였으나 무슨 일인지 9시가 넘어 출항하였다.
배의 승무원들이 쟁의 중인 모양이다. 투쟁조끼와 머리띠, 선실에는 투쟁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날 선 노동가요에 기분이 한결 상쾌해진다.
아무쪼록 승리하기를..
울릉도 가는 배는 갑갑하다. 갑판에 나갈 수도 없고 바닥이 아닌 의자에 앉아 딸싹 못하고 세 시간을 넘게 가야 한다.
밤새 달려온 노독과 술기운을 빌어 하염없이 자다 보니 울릉도가 보인다.
다 왔나 싶었으나 그러고도 한 시간여를 더 가서야 내릴 수 있었다.
배에서 내리니 땅이 다소 울렁거린다. 12시 반이 살짝 넘었다.
좁은 협곡에 자리한 도동항이 관광객과 관광객을 실어 나를 관광차들로 미어터진다.
번잡스럽기 이를 데 없다.
중앙 관통로를 벗어나 뒷골목으로 잡아드니 단번에 한산해진다.
맛있어 보이는 작은 집들을 지나쳐 프레시안 울릉도 기행팀이 도착 후 점심을 해결한다는 집을 찾아갔건만..
영 좋지 않다.
역 근처, 터미널 주변의 뜨내기손님을 상대하는 딱 그 분위기에 그 맛이다.
가격도 삼삼하고..
어찌 되었건 호박막걸리에 홍합밥으로 울릉도 입도를 자축하였다.
탄산약수가 나온다는 약수공원에서 약수를 한 모금씩 마시고 다시 도동항으로 내려와 전열을 정비한다.
2500년이 넘게 묵었다는 도동항의 향나무가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말이 없다.
망원렌즈로 당겼더니 영 맛이 없다.
이제 제대로 된 울릉도 여행이 시작되었다.
도동항의 번잡함에 잠시 어리둥절하여 혼란스러워진 정신을 수습하고 해안파와 산악파로 패를 갈라 여정을 달리 하기로 한다.
다시 모이는 것은 나리분지 산마을 식당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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