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여행, 환상방황
불편한 여행, 환상방황
2019.12.25야동 전문가가 기획한 야생에서의 하룻밤, 이름하여 '불편한 여행'. 야생동물과의 만남, 천수만 살쾡이가 표적이라 했다. 저 건너 잔솔밭에 야영 자리 봐 두고 간월호 양편을 한 바퀴 휘돌며 새들을 본다. 해 질 무렵 돌아와 무인 카메라 설치하고 텐트 치고 밥 먹고..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술이 과했다. 그것도 몹시.. 인사불성이 되어 쓰러져 자다 새벽녘 소변보러 나섰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구신에 홀린 듯 족히 두어 시간은 헤매다 희뿌연 날이 밝아올 무렵에야 다시 텐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방향을 가늠하며 기를 쓰고 길을 찾았으나 같은 자리를 빙빙 맴도는 마법에 걸렸던 모양이라, 이른바 환상방황(環狀彷徨).. 끊임없이 걸었으나 도무지 천지분간이 되지 않았다. 달랑 반팔 티 하나 입고 있었다. 문..
새만금 야미도의 나그네새들.
새만금 야미도의 나그네새들.
2013.05.14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섬 아닌 섬이 되어버린 야미도.앞으로 어떻게 변모해갈지 모르겠지만 야미도는 폐허가 되어가고 있었다. 차마 사진기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무너져내리는 폐가들과 군데군데 남은 집들을 지키는 쭈그렁 할매들. 새만금 관광객들을 노린 현대식 횟집들은 다들 폐업상태, 군데군데 뭔가 짓다가 멈추어버린 공사장들이 즐비한 섬 야미도. 하지만 한반도를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새들의 휴식처 노릇은 여전히 단단히 하는 모양이다. 여기저기 빈집 우거진 풀밭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새들. 처음 보는 녀석들이 즐비하다. 서해안 낙도, 어청도와 외연도 등을 찾아 먼길 떠나는 탐조객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 듯 하다. 골목길에서 만난 야미도 할매 "어디서 오겼소?" "새 좀 볼라고요" "워매 우리집 마당에 이뿐 새 앙겄..
검은멧새
검은멧새
2013.02.11새를 보아온 경력이 짧은 나로서는 검은멧새가 얼마만큼 보기 힘든 녀석인지 잘 모른다. 다만 새로운 녀석이니 근처에 간 김에 꼭 보고자 했을 뿐이다. 여느때처럼 나중에서야 안다. 무지 보기 힘든 녀석을 본 것이로구나..검은멧새는 우리나라에 정기적으로 도래하지 않고 간혹 나타나는 미조로 기록되어 있다. 시베리아흰두루미에 검은멧새에 제주에는 길잃은 녀석들이 여럿이구나 싶다. 수목원에는 다양한 새들이 오며 가며, 혹은 붙박이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다 보니 사람들에 대한 경계가 심하지 않다. 수목원에 도착하자마자 본 녀석이다. 노랑턱멧새와 어울려 서너마리가 빠르게 바닥을 옮겨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몸 전체가 거의 검다시피 한 수컷만 검은멧새로 머리속에 입력하고 있었기에 녀석을 알아보지 ..
소쩍새 울면..
소쩍새 울면..
2011.05.08땅콩을 심어놓고 까치란 놈이 얼마나 극성스레 파먹어대던지 총을 들고 징벌한 적이 있었다. 낭깥 속으로 날아든 까치를 좇아 들어갔다가 문득 마주친 녀석, 소쩍새였다. 소쩍새나 나나 저으기 당황하여 빤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총이 아닌 사진기가 손에 있어야 했다. 그 후로 해마다 봄이 되어 앞산 뒷산에서 소 쩍 소 쩍 소 쩍 꿍 소 쩍 꿍 소리가 들린다 치면 저 녀석을 언젠가 다시 대면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잠을 설칠 지경이 되었다. 허나 야행성에 은신성까지 뛰어난 녀석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올해도 소쩍새가 울기 시작한 지 벌써 한달이 되어가지 않나 싶다. 간간히 소리가 들릴때마다 마루에 나가 위치를 가늠하며 기회를 엿보..
'스윈호오목눈이'를 아시나요?
'스윈호오목눈이'를 아시나요?
2011.01.09새 보던 중에 정말 귀엽고 깜찍한 녀석들을 본다. 쾌걸 조로가 두르고 다니는 두건을 둘러쓴 듯도 하고 쓰리랑 부부의 순악질 여사가 떠오르기도 하는 순진한 표정의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난다. 20~30여 마리쯤 되는 무리가 갈대숲 사이를 부지런히 헤집고 있다. 주위에는 뱁새, 검은머리쑥새 등이 또 다른 무리를 이루어 재잘거리며 섞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어쩌다 저런 얼굴 무늬를 지니게 되었을까? 참으로 묘한 녀석들이다. 이름은 또 어떤가? 스윈호.. 스윈호.. 야들 고향땅 어디에 있는 갈대 무성한 호수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검색해보니 예기치 않은 결과가 튀어나온다. 스윈호라는 사람이 처음 발견하여 이름을 붙였는 바 그 이름은 'Chinese Penduline Tit'이다. 맨 ..
노랑허리솔새가 오는 탐조 스튜디오.
노랑허리솔새가 오는 탐조 스튜디오.
2010.12.03숲 속 덤불 속을 누비는 작은 새들을 관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몸집이 작은 만큼 잔가지 사이로 몸을 은신해가며 대단히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대부분의 새들이 인기척을 느끼면 더욱 깊이 은신하기 마련이어서 나같은 초보 탐조객은 산새를 본다고 산에 들었다가 새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헛걸음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산새들이라 해서 인적 없는 깊은 산 속에 있을거라 생각하면 잘못이다. 들꽃이 사람들 발 밑에서 피어나듯 새들 또한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숲 가장자리와 논밭의 경계, 볕 잘 들고 먹이 풍부하며 마시고 목욕할 물이 있는 곳이 새들이 살아가기에 가장 적당한 곳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에만 들면 자꾸 안창으로만 들어가려 하니 초보 딱지를 떼지 못..
해장에 둘러본 주변, 실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해장에 둘러본 주변, 실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다.
2010.06.17이른 아침, 뒷낭깥에서 '꾹꾹꾹' '꾹꾹' 하는 낯선 새소리가 들린다. 며칠 전부터 각시가 이야기하던 가슴 답답하게 간신히 소리를 낸다던 그 소리.. 혹 벙어리뻐꾸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진기 둘러메고 자징게 타고 살살 가본다. 날이 흐리고 안개가 살짝 낀 좋지 않은 날씨, 전봇대에 앉아 울고 있는 그 녀석은 후투티다. 아~ 후투티가 저리 우는구나.. 물까치 한마리 옆에 날아와 앉는다. 후투티 훌쩍 날아가버리고 동네 앞낭깥 쪽으로 가본다. 청아하고 복잡스럽게 울어대는 꾀꼬리들이 있다. 얼마나 낭자하게 울어대는지 온 산이 다 울린다. 바로 지척에서 울어대건만 찾기가 쉽지 않다. 그야말로 '못찾겠다. 꾀꼬리'다. 갑자기 날아든 오색딱따구리, 수컷이다. 삑! 삑! 삑! 울어내며 열심히 나무를 오르내리더니 포..
제주도 하도리 탐조
제주도 하도리 탐조
2010.05.06제주도 비는 한라산에서부터 시작해서 밑으로 내려온다더니 바닷가는 아직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하도리로 향한다. 사진 속에서만 보던 새, 장다리물떼새들이 한가롭다. 다리 정말 아스라하니 길다. 장다리물떼새 옆에 조용히 있던 녀석. 큰부리도요. 실은 이 녀석이 훨씬 보기 힘든 귀한 녀석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잘 담아둘 걸 그랬다. 이 녀석은 뭐지? 큰부리도요인 모양이네 하고 찍어둔 사진, 날아오르는 장다리물떼새 사진에서 오려낸 사진 달랑 두장뿐이다. 여러 종이 섞인 한 무리의 도요들이 물가에 모여 있다. 이밖에도 청다리도요, 뒷부리도요, 좀도요, 붉은발도요, 삑삑도요 등 좁은 공간에 참으로 많은 종들이 어울려 있다. 저어새도 처음 본다. 하도리는 우리나라의 저어새 유일한 월동지라 한다. ..
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새를 찾아 떠나는 여행
2009.12.17절대 이런 일 없을 줄 알았다. 집 앞 저수지에 오는 오리들을 찍으면서 시작한 새찍기가 호사도요를 만나면서 탐조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나 그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생각하진 못하였다. 그저 집 주변 고창의 새들이나 관찰할 요량으로 카메라를 품고 다녔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오로지 새를 보겠다는 목적으로 먼 거리를 다녀오기까지 하였다. 새를 찾아 떠나는 이른바 탐조여행.. 물론 내가 계획한 일은 아니다. 불러주니 다녀온 것일 뿐이다. 배를 타고 나가면 흔히 볼 수 없는 새들을 보러 간다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하여 불원천리하고 다녀온 것이다. 색다른 경험, 좋은 여행이었다. 동해바다에 오는 겨울 철새, 그 중에서도 여간해서는 해안에 접근하지 않는 녀석들을 보는 것이 이번 탐조의 목적이라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