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흘째, 농촌마을 방문을 마치고 바라나시로 돌아와 야간열차를 타고 아그라로 이동한다.

한데 기차가 통 오질 않는다. 역 주변은 혼잡하고 더럽기 짝이 없다. 

날은 무덥고 쉴 곳은 없고 보통 문제가 아니다.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걸치면 좋으련만 술집도 없고 술을 살 곳도 없다. 

인도는 나같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된다.

9시 반에 온다던 기차는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오기는 왔다. 

역사 안팎에서 널부러져 자던 인도 사람들은 아무런 불평도 없이 열차에 올라탄다. 

뭐 그냥 그러려니 하는 모양이다. 떠난 기차는 반드시 온다는 믿음이 있는 듯..

무지하게 긴 열차칸도 가지각색, 우리는 침대칸에 에어콘 바람까지 나오는 고급객실이다. 




밥 묵고 자고, 술 묵다 자고, 한국에서 가져간 소주를 물병에 담아 몰래 먹는다.

수학여행 기분도 나고 소주가 별라 맛나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사이 열차는 12시간을 달려 아그라역에 당도했다. 

이 또한 여행하는 맛이겠거니 하고 참고 간다.

 


흙바람이 되게 일더니 비가 쏟아진다. 

순식간에 도로가 물바다가 되고 나무가 뿌리째 뽑혀 쓰러지기도 한다. 

처음 보는 인도의 비바람이 사납기 짝이 없다.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치고 차창에 스치는 타지마할을 보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타지마할로 간다. 

내린 비로 대기가 약간은 상쾌하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황비의 무덤이다. 

죽은 부인를 위해 22년간이나 공을 들여 국고를 탕진한 샤 자한 황제는 아들에게 권좌를 빼앗기고 인근 아그라성에 유폐되어 죽는다. 

아들 또한 영판 사나운 정치를 하다 비참하게 죽으니 무굴제국은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는다.  그 종착역은 영국의 식민지. 

'과유불급'도 유분수다. 통치자의 과욕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다. 

백성의 고통은 오죽했을까..

다 가고 위대한 건축물만이 유물로 남았다. 



사진을 남긴다. 좌우튼 투쟁!







불빛을 주면 대리석에 박힌 보석이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사진이 영..

묘지 내부에서 낮고 굵직한 음성을 길게 내면 기가 막힌 울림이 돌아온다. 






타지마할은 야무나강변에 서 있다. 

순례자들이 야무나강을 헤엄쳐 건너고 있다.









Red-wattled lapwing, 붉은납막물떼새 정도로.. 

납막은 눈과 콧구멍 사이의 노출된 피부를 말한다. 


Rose-ringed Parakeet, 붉은목테앵무새 혹은 잉꼬 정도로..

rose-ring은 묽은 목테를 지칭하고 있다. 



Eurasian Collared Dove, 염주비둘기.

우리나라에도 이따금 귀하게 오는 녀석이라 우리 이름이 있다.



뒤로 하고 나오는 길, 자꾸 돌아보게 된다.

살다 다시 올 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