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산에서 비박을..
추석을 이틀 앞둔 8월 열 사흗날 밤, 야음을 틈타 방장산에 올랐다.
정상 바로 못 미쳐 전망대로 만들어놓은 망루를 안성맞춤의 야영터로 눈여겨왔다.
구름이 다소 많고 아직 다 차지 않았으나 달빛은 교교하였다.
한바탕 비 오듯 땀을 쏟아내어 능선에 오르고 능선길을 걸어 대략 두 시간이 지나 목적지에 당도하였다.
자정이 넘어부렀다. 너무나 늦게 출발했군.. 그래도 술은 묵어야지. 땀에 젖은 옷을 할랑할랑 벗어던지고 소주 시병을 금세 볼라버린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상쾌하기 그지없다. 텐트를 쳤으나 텐트 속에 들지 않고 하늘을 지붕 삼아 잠이 든다.
비박하기 딱 좋다. 구절초 피면 텐트 없이 한번 더 와야겠다 생각하다 살짝 눈 감았는데 다시 눈을 뜨니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능선을 사이에 두고 장성 쪽은 구름이 없는데 고창 쪽은 구름바다에 푹 잠겨 있다. 정상 너머로는 해 돋는 기운이 시시각각 번져온다.
사진기 챙겨 들고 부리나케 정상으로 뛰어오르니 이미 동짝 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해는 저 멀리 호남정맥 너머에서 떠올랐다. 떠오른 태양이 빛을 드리워 잠든 산천을 깨운다.
반면 방장산 서짝은 여전히 구름바다, 새복께 꿀잠에 빠진 어린아이처럼 평온해 보인다.
꿀잠에 빠진 놈 여기도 있다.
잠자리에 돌아오니 영태는 아직도 꿈속을 헤매고 있다.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진을 잘랐다.
헐일 쐐얐다고 해장에 눈 뜨자마자 내려간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잠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든 모양이다.
날은 더욱 밝아오는데 일순 구름이 일어나 능선을 넘나들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게으른 후손들 어서 내려가 벌초하라고 산이 떠민다.
다시 사람 사는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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