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산에서 산성산까지 호남정맥 밟기
산성산을 목표로 강천산을 오른다.
추석을 지낸 많은 귀성객들이 가족 단위로 강천산을 찾아 산아래 주차장이 만원이다.
호남정맥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곳, 우리집에서 강천산을 가기 위해서는 호남정맥 고갯길을 세번이나 넘어야 한다.
내장 갈재, 추월산 부근 천치재, 구림면 오정자재. 이 구간의 산들은 하늘을 찌르는 기세는 없지만 산세가 중첩되어 몹시 치열하다.
내장산을 지난 호남정맥이 백암산을 경유하여 거침없이 남하하다가 추월산을 타고 북상, 가마골을 거쳐 다시 산성산으로 심하게 요동치며 매우 전형적인 갈지자 행보를 하는 탓이다.
깃대봉으로 올라 능선을 타고 산성산으로 가는 길은 능선까지 치고 오르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몹시 편안한 산길의 극치를 보여준다.
깃대봉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금강교를 지나자마자 계곡길을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올라야 한다. 자칫 지나칠 수 있겠다.
산길로 붙는 순간 넘쳐나던 사람의 물결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고독한 산행길로 순식간에 변모한다.
깃대봉에서 금성산성 북문에 이르는 구간은 대략 5km로 거리는 만만치 않지만 단 한번 땀 식힐 필요도 제기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게 이어진다.
깃대봉을 지나 잠시 걸으면 가마골을 경유하여 남하하는 호남정맥길과 합쳐지는 능선 삼거리가 나타나고 여기서부터 북바위에에 이르기까지 정맥길을 걸었다.
산들거리는 가을바람을 맞으며 수목이 우거진 그늘 사이로 한차례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거침없이 내쳐 걸는다.
다만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이 없어 다소 답답하기도 하지만 걷다보면 어느덧 북문이 나타나고 여기서부터는 시원한 조망을 원없이 만끽할 수 있기에 그간의 답답함을 보상받고도 남는다.
북문에 올라 담양호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추월산과 지나온 산줄기, 한없이 펼쳐진 전북 내륙의 산들을 감상하며 땀을 식힌다.
밟아온 능선길을 바라보노라니 걸어온 산길이 어찌하여 그다지도 편안했는지 알만해진다.
북문 누각에 앉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북문에서 송낙바위에 이르는 구간은 무너져내린 성터를 밟고 오른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으르러..'
송낙바윌르 지나고 나면 길이 꺾이면서 터지는 시원스런 조망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멀리 북바위에 이르는 성곽길이 뚜렷하다.
북바위를 오르는 사람들
임도를 지나 왼쪽에 자리한 산은 광던산이다.
호남정맥 산줄기는 북바위를 지나 시루봉을 거쳐 광덕산에 이른다.
북바위에 자리를 잡고 한없이 쉬었다.
골 깊은 강천사 계곡과 추석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의 물결을 내려다본다.
가을바람 선들 불어 시원하니 사색하며 앉아 쉴 만하다.
얼마 전 이승을 등진 형이 생각난다. 호남정맥을 종주하며 여기를 지나갔겠다.
오래 앉아있진 않았겠지만 북바위에서도 쉬어갔으리라.
해가 뉘엿뉘엿해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시루봉
북바위에서는 계속 나아갈 수 없다. 계속 나아가면 천길은 아닐지라도 꽤 높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게 된다. ㅎ
뒤로 후퇴하여 북바위를 우회하여 산행을 이어간다.
날이 저물어 시루봉은 포기하고 동문까지 갔다 되돌아서 강천사 갈림길에서 연대암터 지나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을 택하였다.
강천사 계곡 구장군폭포에 이르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계곡이 깊어 주차장까지 나가는 길이 꽤 멀다.
주차장에 이르니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말았다.
성벽에 피어난 성질 급한 구절초, 성곽을 따라 많은 구절초들이 꽃망울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좀 더 가을이 깊어져 구절초 피고 억새꽃 필 때 다시 와 그때는 광덕산까지 산길을 이어보리라 마음을 다졌으나 가을도 다 지나가는 지금에 와서야 초가을 강천산 산행기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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