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동백꽃에 반해 동백나무를 캐러 다녔다. 

선운사로, 해리로, 강진으로..

큰 나무 아래 씨가 떨어져 발아해 올라오는 어린 묘목들을 캐다가 백여주를 뜰 안에 심었더랬다. 

보는 사람마다 한주 두주 캐가기도 하고, 말라죽거나 혹은 풀 숲에서 실종되어 사라지고..

오직 단 한주만이 마당 가상에서 살아남아 장성하여 청년기에 돌입했다. 

대략 스무살은 먹었을 듯.. 

용타! 동백나무야. 



4월.. 비가 내린다. 

봄기운이 해일처럼 밀려드는데 벌써 장마가 들었다보다. 

봄비 머금은 동백꽃이 처연한 붉은 빛을 내뿜고 있다. 



누군가 소중히 가져다놓은 것마냥..

동백꽃 두송이 나란히 돌팍 우에 내려앉았다. 


4월, 비 오는 날..

떨어진 동백꽃을 보며,

오래된 4.3의 혼령들과

그 제주 가는 길 바닷 속 깊이 수장되어버린 어린 넋들..

오늘도 거리에서 분노의 4월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달구는 가족들의 절규와 함성

몰락하는 대한민국의 구태를 본다.  


동백꽃이 떨어져 땅에 뒹구는 것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투쟁의 열매, 해방의 열매..

길 위에 서야 할 때이다. 

모두가 주인되는 길. 




'먹고 놀고.. > 사진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 세상이 온통 초록이다.  (0) 2015.05.04
기형 꽃대를 올린 흰민들레  (2) 2015.04.07
9.27 쌀 전면개방 저지 전국농민대회  (0) 2014.10.01
가을이 오는 사진  (1) 2014.08.25
황소개구리  (0) 2014.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