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밤새 살째기 눈이 내리고 날이 제법 겨울답다. 

좀 서두른다는 것이 내나 그 시간이 되고 말았다. 

백운재 가는 길 장술몬당 지나 자그마한 들판, 낭깥 너머 삼각봉으로 솟은 소요산을 본다. 

소요산은 전봉준 장군의 태몽에 등장한다. 
아버지 전창혁은 소요산을 한 입에 삼키는 태몽을 꾸고 녹두장군을 얻었다 한다. 

오늘 산행은 마치고 나면 이제 소요산을 근거리에 두게 되고 소요지맥 산줄기 타기도 이내 끝이 나게 될 것이다. 

 

 

 

네 번째 구간, 백운재 ~ 굴재(소굴치) 5.3km

 

산 아래 차를 두고 임도를 따라 걸어서 백운재에 오른다. 

오늘은 화시봉 지나  소굴치(굴재)까지 가게 될 것이다.

화시봉은 소요지맥 줄기에서 벗어나 있으나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고갯마루에 젊은 느티나무 두 그루와 돌탑, 그리고 모정이 있다. 

이 길을 걸어 넘는 사람은 없겠으나 한여름 땀 식히기에는 그만이겠다. 

 

 

백운재에서 얼마 오르지 않은 작은 봉우리, 돌로 쌓은 낮은 성곽이 봉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성곽 밖으로는 형태 역력한 참호의 흔적, 선운산 구황봉에서 보았던 것과 거의 동일한 형태로 구축된 진지다. 

빨치산 야산대와 관련된, 그러나 빨치산의 것이 아닌 군사시설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들판 너머 고부 두승산, 그 앞쪽 꽤 커다란 저수지는 최근 가창오리로 유명해진 동림저수지, 저수지 너머 코 앞에 우리 동네가 있다. 

발아래로는 갈곡천이 흐른다.

소요지맥은 고창에서 가장 큰 하천인 갈곡천과 인천강을 좌우에 끼고 흐르는 산줄기다. 

두승산은 평지돌출형으로 솟은 고부의 진산, 풍수쟁이들이 좋아하는 산이라 했다. 

갑오년 죽창 들고 나선 호남 일대 농민군들을 배웅하기도 하고 다시 맞아 품어준 혁명의 성산.

꿈에도 잊지 못할 고향 땅, 어머니 품 속 같은 아련한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화시봉 전경

유순하게 흐르던 산줄기는 화시봉 근방에 이르면 각을 세워 급격히 일어난다. 

화시봉은 지맥 산줄기에서 500여 미터쯤 벗어나 있다. 

방장산과 소요지맥 산줄기가 고창 동쪽 기름진 들판을 호위하듯 에워싸고 있다. 

지나온 길이 한눈에 잡힌다. 

 

화시봉 전경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요산이 손짓한다. 그 너머 변산반도의 산들..

굴치 고랑을 파고든 눈 덮인 골프장이 그저 기다란 밭으로 보인다.  

 

 

들판 너머 방장산, 방장산은 호남정맥에 뿌리를 대고 영광, 함평, 무안 방면으로 영산기맥 줄기를 늘어뜨린다. 

저 방장산으로 하여 고창에 눈이 많이 내린다 했다.

 

소요산 삼각봉
화시산

 

오늘의 종착지 소굴치(굴재)에 이르렀다. 

고부로 진격하던 무장기포 농민군이 재를 넘던 그 날에도 두승산은 저렇게 말없이 반겨주었을 것이다. 

두승산은 오늘도 말이 없다. 

소요지맥 3.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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