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만인가? 위도에 다녀왔다.
내 처음으로 위도에 발을 딛기는 20여년 전 고향 친구들과 함께였다. 
다시 그 친구들과 함께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 사이 새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있던 사람 먼저 가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제 다 컸다고 대부분 따라 나서지 않았다.
늦둥이 하나 있어 귀염을 독차지한다. 

피서철도 지나고, 태풍까지 막 지나가서인지 위도는 고요했다. 
부안군민들이 핵폐기장을 막아내지 않았다면 위도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시원한 바람 솔~솔, 놀기는 좋을 때다. 

점심을 먹고 특별한 녀석을 만났다.  
식당 앞 정원을 날아다니던 나비 한마리, 이름을 알 수 없으나 도감에서 눈이 익었다.
뾰족부전나비다. 
길 잃은 나비, 죄근 울산과 거제도 일대에서 목격된다는 데 날이 따뜻해진 탓이다. 
성충으로 월동하는 탓에 겨울을 나지 못해 아직 미접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차츰 정착되는 추세에 있다 한다. 
인도네시아, 중국 남부, 대만, 일본 남부에 분포한다. 
이 녀석은 대만에서 들어온 녀석일까? 아니면 우리나라에 정착한 개체의 후손일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오늘밤 달이 뜰까? 나는 산에 올랐다. 
내원암에서 망금봉으로 올라 망월봉으로 가서 뜨는 달을 보자 했다. 
오늘은 7월 백중, 보름달이 뜬다. 
술 먹다 말고 산을 타자니 몸뚱이가 비명을 지른다.
망금봉 못미친 바위 조망터에서 한참을 쉰다. 산 아래 깊은금 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인다. 
길게 뻗어나간 섬처럼 보이는 곳에 숙소가 있다. 혈기왕성한 친구들은 거기서 족구를 하고 있다. 

희미하게 보이는 두개의 섬, 왕등도인 모양이다.
상왕등도, 하왕등도..

내리 방면 산봉우리, 망금봉 못지 않은데 이름이 없다.
내원암에서 오르자니 듬직한 저 봉우리를 빼먹게 되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마득히 날아 오르는 매 한쌍을 본다. 
너무 멀어 정확한 신원을 파악할 수 없다. 

망금봉은 조망이 터지지 않는다.
봉우리를 지난 조망터에서 섬의 나머지 반쪽을 본다.
저 멀리 망월봉, 생각보다 멀다.
망월봉은 위도의 최고봉이다. 

형제섬 뒤로 고창 땅이 아스라하다. 
섬에서 보니 육지도 섬으로 보인다. 

깊은금에서 치도로 넘어가는 도로가 산을 가르고 있다.
그러니 산을 다 내려갔다 새잽이로 올라가야 하는 판이다.

깊은금-치도간 도로를 건너 다시 산길을 탄다. 
산길은 유순하기 짝이 없다. 
큰딴치도, 물이 빠지면 바닷길이 열린다.
섬 뒤로 보이는 희미한 육지는 역시 고창 땅, 소요산과 선운산 덩어리가 되겠다. 

다시 섬을 가르는 도로가 나오고 도로 위로는 산과 산을 잇는 다리가 놓였다. 
건너편에 도제봉이 섰다. 
위도상사화가 보인다.
꽃을 보는 사이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나는 여기서 갈등에 휩싸였다.
비는 얼마나 올 것이며, 그친다 해도 달을 볼 수 있겠는가..
에라 이제 그만 내려가자. 산행을 중단한다.
망월봉은 숙제로 남겨놓는다.  

위도상사화는 마치 소복 입은 여인네같다. 
그윽한 중년 여성같은 백양꽃과 더불어 우리나라 최고의 상사화다. 
살짝 이르지만 때를 잘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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