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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야기

산청 웅석봉

농사꾼 조선낫 2018.06.29 19:43

"동무들, 저기가 바로 달뜨기요!"
영화 '남부군', 내 기억 속에 남은 유일한 대사..
그리고 펼쳐지는 지리산의 웅자. 
그 날 이후 나는 달뜨기를 찾았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을까 최근년에야 '달뜨기 능선'을 알게 되었다.
그 이름에 얽힌 사연까지..

웅석봉과 달뜨기 능선, 2017년 5월 천왕봉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웅석봉과 달뜨기 능선은 실로 장쾌하였다.
달뜨기는 웅석봉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지칭한다. 
그 곳에 가고 싶었다.
벼르고 벼르던 그 곳, 달뜨기 능선을 간다. 

산청 청년 리종혁

산행 기점은 밤머리재, 고갯마루 못미쳐 약수터에서 물을 받는다.
오랜 가뭄에도 물은 마르지 않았다.
방울방울일지언정.. 그러니 약수다.

웅석봉.. 지리산에 가리웠을까?
봉우리 이름만 있을 뿐 별도의 산 이름이 없다.
지리산 웅석봉, 혹은 산청 웅석봉이라 일컬어질 뿐이다. 

당초 계획은 웅석봉에서 일몰을 보는 것이었다.
너무 늦게 길을 나섰다. 해는 지고 웅석봉은 멀었는데 조망은 안터지고..
급한 마음에 나무를 타고 오른다. 소나무에 올랐다. 
천왕봉으로부터 이어지는 갈지자 능선길이 선명하다. 
이름하여 지리산 동부능선..

보이는가 갈지짜..

범머리재 너머 왕산..|
왕산 너머에는 가락국 마지막 왕의 릉이 있더라. 
거 뭣이냐.. 함자가 생각이 안나네.
아 맞네, 구형왕.. 김유신의 조부라네.
그 냥반 제 나라 신라에 넘기고 지리산 자락 산중에 은거하여 말년을 보냈다는데 예나 지금이나 산청은 험악한 산중이다. 

다시 보자 갈지짜

나무를 타고 오르는 수선을 떨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을..
해 넘어가는 것을 보고 겨우 50여미터를 추가로 오르니 조망이 활짝 터진다.
낙조는 여기서 봤어야 했다. 
허나 어쩌랴 해는 이미 지고 없는 것을.. 
산청 청년 리종혁은 이 장소를 확인하고도 말없이 내 옆 나무에 올라 넘어가는 해를 봤다.
내원참나..
내 다시 여기서 지는 해를 볼 날이 있을까?
세월이야 고장날 일 없읕 터이나 아마도 그럴 날 다시 오지 않을 듯..

날이 저물고 산청읍내에 하나 둘 불이 들어온다.

웅석봉을 300여미터 앞둔 안부에 헬기장이 들어앉았다.
여기서 청계 방향으로 50여미터를 내려가면 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
하지만 나는 샘에 가보지 않았다.
물을 길어오는 것은 젊은이의 임무, 산청 청년 리종혁이 담당하였다.

드디어 당도했도다, 웅석봉. 
미소 띤 곰, 소박한 정상 표지석에 나도 따라 웃음이 나온다.

어둠 깃든 산청읍내, 정말 쬐깐하네..

웅석봉에 달 떴다.

이것만 묵고 자자고..

오랜만에 만난 종혁이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 쓰러져 잔다. 
정상 조망대 마루판은 훌륭한 잠자리, 매트리스 깔고 침낭 하나 덮고 그냥 잔다.
산들바람이 밤새 불었다. 
밤새 바람이 부니 이슬 한방울 내리지 않았다. 
깊은 밤 눈을 떠보니 달은 서쪽으로 기울고..
하늘엔 온통 별이 한가득 총총 박혔더라. 
별빛만 우당탕 쏟아지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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