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0,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계곡에서 산들바람 올라온다. 
저 멀리 천왕봉, 밤새 안녕하셨나요?

 

심하게 기대면 곰 신세가 될 수도..

경호강

 

해가 솟는다.
매일 보는 해라도 늘 새롭다.

 

산청

뜨는 해를 보고 다시 잤다.
얼마나 잤을까? 앗! 뜨가..  
마빡에 내리 꽂히는 따가운 햇살에 소스라쳐 일어났다.
밤새 불던 바람은 다 어디로 가부렀을까? 바람 한 점 없다.

종혁이가 찍어줬다. 

산녹색부전나비

나비 어지러이 날더니 이 녀석들이었군..
아자씨, 놀다 가셔.. 나서는 첫발부터 부여잡는다. 
웅석봉 정상에서 활발한 점유 활동을 하고 있었다. 

 

치열하게 살았군..

털중나리
심심산골 도시처녀나비
선녀부전나비

한참을 뒤져 찾았다.
좀 더 눈여겨볼 터인데..

눈많은그늘나비

나는 지금 달뜨기 능선을 걷고 있다.
능선은 온통 짙은 숲 길, 해가 들어오지 않아 좋긴 하나 조망이 터지지 않는다.
이런 정도라도 감지덕지..
천왕봉을 정점으로 길게 자락을 늘어뜨린 지리산의 너른 품이 푸근하다.
마치 한라산을 보는 듯..    

능선 주변 곳곳 그 옛날 산사람들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 있다. 

큰 등 날봉, 이렇게 읽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겠다. 
지나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짙어질 무렵 나타났다. 
조망이 전혀 터지지 않는다. 

능선 길의 대부분이 이렇다. 
편안하긴 하나 지루하고 따분한 길..

드디어 나왔다. 
천왕봉과 맞짱 뜬다는 달뜨기 능선 유일의 조망터, 큰등날봉에서 그리 멀리 오지 않았다.
햇빛이 따갑다. 배낭만 남겨두고 그늘에 숨었다. 

 

저 멀리 밤머리재
그 너머 필봉 그리고 왕산

순박한 산중 청년 리종혁
시키니 한다. ㅋㅋ

다물 평생교육원을 하산 목표 지점으로 삼아 운리로 내려왔다.
다시 돌아온 밤머리재, 어제오늘 밟은 산줄기가 정겹게 다가온다. 
달뜨기 능선은 그 이름의 유래대로 조개골, 치밭목에서 뜨는 달과 함께 바라봐야 할 일이다. 
달뜨기 능선 너머로 떠오르는 보름달을 예약해두고 자리를 뜬다. 
머지않은 장래에 내 다시 돌아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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