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남짓 되었을까? 희여재 넘어 산길 걷는 중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솔방울이 툭툭 떨어진다. 청설모인가?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비로소 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솔방울을 따고 물고 분주한 녀석들, 짹 소리도 내지 않고 솔방울 까기 삼매경에 빠져 있다.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잡자고 부시럭거리고 왔다 갔다 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언제부터 솔방울을 까먹기 시작했을까? 솔방울 까먹기 좋게 진화를 거듭한 것인지, 너무 까먹어서 고장난 것인지 부리가 틀어져 있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잘 까먹는 것이 고장난 부리는 아닌 듯한데 틀어진 부리가 솔방울 까는데 유리한지 어떤지는 선뜻 감이 오질 않는다.
따서
물고
발톱으로 꽉 붙들고 입으로 송방울을 까서 솔씨를 꺼내먹는다. 나뭇가지와 솔방울을 동시에 잡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암컷은 좀 재미없게 생겼다.
눈매가 날카롭고 깃털 빛깔이 강렬하다. 한참을 이러다가 떼지어 날아가 버렸다. 미련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되새과의 새. 몸의 길이는 17cm 정도이며, 수컷은 붉은 갈색이고 암컷은 쑥색을 띤 녹색인데 허리와 아랫면은 황색이다. 부리는 뾰족하고 가위처럼 생겨 잣이나 솔의 씨 따위를 쪼아 먹기 알맞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겨울을 보내고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번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