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덥다. 
어미가 둥지를 가리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다.
어미도 덥다.
연신 입을 벌리고 헐떡거리고 있다.
새끼들은 그늘 아래 쌔근쌔근 자고 있다.
위대한 모성이다.


8월 16일. 알에서 나온지 나흘이 되었다.
무지하게 더운 날이다.
어미는 더 이상 그늘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노출된 둥지 속에서 새끼들이 몸부림치고 있다.


혀까지 빼물고..ㅎ


어미가 나타났다. 연해보이는 연두색 애벌레만 골라 잡아왔다.
꽤 맛있어보인다.


언제 더웠냐는 듯 일제히 입을 벌린다. 
그사이 꽤 컸다. 
둥지가 그득하다. 
 

어미는 잡아온 먹이를 골고루 나누어 먹인다.


금방 받아 퍼먹고 또 아우성이다.
이 식성을 어이 감당할꼬.
앗! 그런데..
새끼들 눈이 벌어지고 있다.
자세히 보시라.
막에 덮혀 있던 눈부위가 가늘게 찢어졌다.
우리 동네 할매들이 보면 "오매 눈구녁 벌어진것 좀 보소"
라고 하게 생겼다.


그렇다.
가늘게 째진 눈, 뱁새눈이다.
이래서 뱁새눈이구나 싶다.
영락없이 누구 눈 닮았다.


먹고 싸대고..
어미는 바쁘다.


어둠이 깔리도록 새끼들의 아우성은 계속되고..
그러나 이제는 자야 될 시간이다.


입구를 봉쇄하고 덮어 눌러버린다.
거의 무시하고 진압하는 수준이다.
어미는 피곤하다.

2009/08/14 - [새 이야기] - 뱁새는 억울하다.
2009/08/20 - [새 이야기] - 똥 먹는 어미 뱁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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