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꼭 한 번은 들러 막걸리 한 잔 하고 싶었다.
버들가지 늘어져 그늘을 만들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들바람이 시원해 보이는 사거리 주막집.
지금은 대부분 사라져 버린 동네 점방이다.


무장과 해리 중간에 있어 무장장 다녀오던 해리 사람, 해리장 보고 오던 무장 사람들 쉬어가기 좋았겠다.
장꾼들 말고 동네 사람들만 가지고도 북적이던 호시절도 있었을 것이고..


상하 농민총회 하는 날 상하 가는 길 기어이 시간을 내었다.
들에 나가 해장일 하고 들어와 쉬고 계신 듯한 주인아저씨 란닝구 바람으로 신문을 보고 계신다.
막걸리 한잔 묵고 잡다 했더니 막걸리는 떼어놓지 않는다고 한다.
"먹을 사람이 있어야제.."

영태를 기다려 막걸리 대신 맥주를 마셨다.
가게를 다 뒤져야 안주할만한 것이라고는 라면밖에 없다.
그나마 유통기한이 다소 지났다. 그래도 먹기에는 큰 지장이 없다.
8월의 막판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지만 시원한 그늘과 적당히 부는 바람이 상쾌하였다.

윷판이 벌어지고 막걸리 두어말 쉽게 해치웠을 시끌벅적한 전성기의 주막집을 상상해보지만 쉽지 않다.
지나가는 차 소리 말고는 너무도 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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