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이런 일 없을 줄 알았다.
집 앞 저수지에 오는 오리들을 찍으면서 시작한 새찍기가 호사도요를 만나면서 탐조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으나 그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생각하진 못하였다.  
그저 집 주변 고창의 새들이나 관찰할 요량으로 카메라를 품고 다녔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오로지 새를 보겠다는 목적으로 먼 거리를 다녀오기까지 하였다.
새를 찾아 떠나는 이른바 탐조여행.. 물론 내가 계획한 일은 아니다. 불러주니 다녀온 것일 뿐이다. 
배를 타고 나가면 흔히 볼 수 없는 새들을 보러 간다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고.. 하여 불원천리하고 다녀온 것이다. 
색다른 경험, 좋은 여행이었다.

바위섬 위의 쇠가마우지

동해바다에 오는 겨울 철새, 그 중에서도 여간해서는 해안에 접근하지 않는 녀석들을 보는 것이 이번 탐조의 목적이라 했다.
목적지는 강원도 거진항, 꽤 북단이다.
오후 7시경 동행자와 익산 ic를 출발하여 5시간여를 쉬지 않고 달렸다.
고성읍내에 숙소를 잡고 근처 횟집에서 각 1병씩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9시경 거진항에서 낚시배를 빌려타고 출항, 약간은 거센 파도를 헤쳐나간다.
일행은 총 6명.
뱃머리에 서니 마치 바이킹을 탄 듯 기분이 삼삼하다.

바다쇠오리들이 떼지어  날아다닌다.
처음 보는 녀석들, 마치 소형 펭귄이 날아다니는 듯 귀엽기 짝이 없다.
배를 타고 나가지 않으면 보기 힘든 광경이라 했다.

바다에 떠 있던 갈매기가 물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육지가 꽤 멀어졌다 할 즈음 배 안에 작은 소란이 인다.
"선장님 배 세워.."

이 녀석들 때문이다.
흰수염바다오리, 수염이 있고 없고 암수처럼 보이나 겨울깃과 여름깃의 차이라 한다.
암수구별은 잡아서 직접 봐야 아는 모양이다.

묘하게 생겼다. 흰눈썹에 흰수염, 부리 기부의 돌출된 혹은 마치 내려쓴 안경처럼 보인다.
전체적인 인상은 젊은 할아버지를 보는 듯 하다.

여름깃


겨울깃

겨울이 되면 부리 기부의 돌출부위가 작아지고 흰수염도 없어진다.
지금은 겨울인데 겨울형과 여름형이 섞여 있다.

똥꼬 보인다.

잠수의 대가인 모양이다. 잠깐 나와 있다가 잠수하기를 반복한다. 잠수 시간이 2~3분은 되는 모양이다.
사냥에 성공한 녀석을 보지는 못하였다.

겨울형과 여름형이 쌍쌍이 날고 있다.

이렇게 많은 무리가 한꺼번에 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했다.

항구로 돌아오는 길, 해안에 접근하니 새로운 새들이 보인다.
이 녀석은 아비, 누구 아비일까? 이름에서 권위가 느껴진다.

아비가 난다. 아비다다다..

흰줄박이오리, 이번에 본 녀석들 중 가장 귀엽다.
장난감을 물에 띄워놓은 듯.. 손으로 누르면 뾱뾱 소리가 날 듯 하다. 깨물어보고 싶다.

날아다니는 것만 보다가.. 못지 않게 귀엽다. 야는 고무튜브처럼 보인다.

세가락갈매기, 이번에 본 갈매기들 중 제대로 구분할 수 있게 된 유일한 녀석이다. 꽤 귀한 녀석인 듯..

검은목논병아리, 빨간 눈이 무섭다.

가마우지 세마리와 쇠가마우지. 하늘 보는 녀석은 무얼 보는걸까?
딴 짓 하는 녀석은 어디에나 꼭 있다.

가마우지

사람이 나오는 유일한 사진, 역시 사람이 만드는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아야진의 청둥오리

청간정, 민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곳으로 갈매기들이 물을 마시러 몰려왔다.
세가락갈매기만 구분된다. 나머지는 재갈매기가 아닐까 싶다.
한 녀석은 과음한 듯..

목에 흰테가 있는 녀석이 성조

탐조여행의 대미를 장식해준 흑기러기.
자리를 뜨려는 순간 날아들어 "저 시커먼 것들은 뭐여?" 하였는데 탄성을 내지르는 일행들을 보며 '아 귀한 녀석이구나' 싶었다.
도감에는 '국내에는 하구 또는 해안가에서 극소수가 월동한다'고 되어 있다.

흔한 녀석들, 홍머리오리가 자맥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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