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포 가는 길, 길가 자그마한 방죽에 방죽을 꽉 채울 듯이 고니들이 앉아 있다.
정확히 말하면 큰고니, 나는 아직 그냥 고니는 보지 못하였다.
차를 돌려 살금살금 다가가는데 녀석들이 경계하지 않는다.
어인 일일까? 매우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섰는데도 경계는 커녕 왔으면 같이 놀자는 듯한 분위기이다.
깃털을 다듬거나 고개를 박고 쉬고 있는 녀석, 열심히 자맥질하는 녀석..
제각기 제 할 일 하며 조용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이 때 멀리서부터 꽥꽥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오더니 고니 두마리가 새로이 방죽에 내려앉는다.
일순 방죽의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새로 합류한 녀석들 날개를 퍼덕이며 고개를 연신 꺼떡거리며 인사를 한다.
꽥꽥거리는 소리는 물론이다.
방죽에 앉아 쉬고 있던 녀석들 달려나가 반기며 환대를 한다.
어디 갔다 이제 왔느냐는 듯, 이렇게 만나니 얼마나 반갑냐는 듯,
춤을 추고 꽥꽥거리며 자그만 방죽이 한바탕 난리법석의 도가니가 된다. 
다시 네마리가 더 날아오고.. 또 한바탕 인사를 주고 받고..

방죽에 내려앉는 고니의 표정에 설레임과 기대가 깃들어 있는 듯 하다.

녀석들이 먼저 인사를 한다.

일순 소란스러워지는 방죽..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른다.


두 녀석이 달려나간다.

이 녀석들 확실히 인사를 나눌줄 안다. 이런 모습을 여러차례 보았다.


깨복쟁이 친구라도 되는걸까? 반갑다는 인사가 꽤나 과격하다.


"이야~ 반갑다 친구! 술 한잔 하러 가세" 목이 까만 어린 녀석은 선배들과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황송하다는 듯 자세가 다소곳하다.


"오랫만에 우리 춤 한번 땡겨볼까?"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고니, 큰고니 등의 고니류들은 한번 짝을 맺으면 짝을 바꾸지 않고 평생을 함께 하며 가족단위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한다고 한다.
어제 본 녀석들의 가족관계가 어찌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매우 돈독한 관계일 것으로 생각된다.
10년 묵은 친구도 이렇게 반가울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거워하고 유쾌하게 노는 모습이 잠깐이나마 세상사의 시름까지도 잊게 한다.
표정도 없고 한결같은 그 얼굴에 그 얼굴들인 새를 무슨 초칠 맛으로 그리 찍어대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새들에게도 희로애락이 있을 터 어제 본 고니들의 유쾌발랄한 모습은 쉽게 잊히지 않을 듯 싶다.
우리가 지키고 만들어가야 할 우리들의 세상이 또한 이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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