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의 유전자에는 사람에 대해 어떤 정보가 박혀 있는걸까?
사람한테 이토록 들이대는 녀석을 보지 못하였다. 
뭐라도 나누어먹을 것 좀 없느냐는 듯 사람 주위를 서성이고 사진기 렌즈를 향해 서슴없이 다가서는 녀석이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


겨울이면 이 녀석들이 남하한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하고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선운산을 찾았을 때는 부러 사람없고 호젓한 사자바위 능선으로 올랐더랬다.
개미새끼 한마리 보지 못하였고..
녀석의 존재가 머리 속에서 흐려질 즈음 선운산 천마봉에 녀석들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로지 녀석들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오른 천마봉, 등산객의 발길이 조금은 덜한 한쪽 귀퉁이에 앉아 녀석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던 차,
 "어머 얘는 무슨 새야?"
 "내가 아는 새는 딱 두종류야! 먹는 새, 못먹는 새" 하는 등산객 남녀의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아뿔싸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 녀석은 사람 곁에 있었다.
바로 그 곳 등산객 발 아래 태연자약하게 앉아 있는 바위종다리와의 첫 대면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바로 이 녀석이다.


벼랑 끝 바위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하는 녀석의 눈매에 왠지 모를 애잔한 그리움이 묻어 있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그리 오래 잡지 않는다.
등산객의 발치에서 종종거리며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것이 이 녀석들의 주된 행동양식이다.
먹을 것을 던져주면 거리낌없이 다가와서 잘도 받아먹는다.


그새 배가 불렀을까? 던져준 빵조각을 주워먹던 녀석 어디로 사라졌나 했더니 벼랑 돌 틈에 짱박혀 졸고 있다.


영롱하면서도 애잔한 눈빛이 곱다.


호기심어린 눈빛이 있는가 하면,


의젓한 자세로 우리를 내려다보기도 한다.

바위종다리(alpine accentor)는유럽 남부에서 이란, 중앙아시아, 히말라야, 극동 남부, 붕국, 대만에서 번식하고 겨울에 저지대로 이동한다고 한다. 
백두산 천지 주변에서는 텃새로 눌러 살며 번식한다고 한다.
Daum의 문화원형 백과사전에는 '천지호반에서 머물러 사는 유일한 새로서 비루봉, 향도봉, 달문계곡에서 많이 살고 있다'고 되어 있다.
천마봉에 머물고 있는 녀석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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