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고창 농민회 회원들과 한라산을 올랐다. 
산 아래 날씨는 좋았으나 산정 날씨는 좋지 않았다.
살을 에이는 눈바람만이 가득한 산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겨울 아닌 다른 날에는 가보지 못하고 네 차례를 올랐으나 백록담은 단 한번 보았을 뿐이다.

 
 

 

진달래밭 대피소를 지나 정상이 가까워지면 나무가 사라지면서 거대한 설산을 오르는 느낌이 된다. 
선등자의 발걸음이 수도자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정상 사진 찍기에는 녹두장군이 함께 하셨다.
산을 내려와 고창 회원들은 배로 떠나고 나만 섬에 남았다.  
늘 가는 곳 가시리 석대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나는 어째 가시리에 가야 비로소 제주에 왔다는 실감이 날까?
해 뜰 무렵 새들의 쉼터 하도리로 향한다.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새가 종 구분 없이 함께 쉬고 있다. 
한 녀석은 U-17 어쩌고 하는 가락지를 차고 있다. 
가락지 찬 녀석은 처음 본다. 
갈대숲에서 움직이는 참새목에 속하는 작을 새들을 추적하다 포기하고 만다. 

 

 

성산포 근처 바닷가에 물수리가 떴다. 
바닷가 양어장에서 쏟아지는 배수구 근처에 물고기들이 몰리는 모양이다. 

 
 

 

가시리로 돌아오는 길, 성읍에서 흰점찌르레기 무리를 만났다. 
흔치 않은 녀석들, 나무에 달린 검은색 열매를 따먹고 있다. 
무슨 나무인지 공 들여 찾아봐야겠다. 

 
 

석대를 집에 내려주고 공항으로 향한다. 
시간은 남고 한라수목원으로 갔다.  
그나마 흰배지빠귀와 수꿩 장끼가 사진기 앞에 서준다.
꿩 많은 섬 제주에서의 새 찾기는 이렇게 꿩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