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 시청광장을 수놓는 아름다운 촛불의 물결에 그간 한번도 함께 하지 못했다. 

주말이면 집에 내려가거나 지역 일정을 소화하기 바빴으며, 그 시각 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협정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북적대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범국민대회가 용산 미군기지 일대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때는 마침 토요일, 시청광장 촛불집회에 함께 할 기회가 왔다. 

8시 무렵부터 시청광장이 촛불인파로 촘촘히 들어찼다. 국정원 촛불이 개시된 이래 최대인파, 

간간이 비가 뿌리고 국가인권위 앞에서는 고엽제 피해자 단체를 비롯한 수구단체의 이른바 맞불집회가 열리고 있었지만 시청광장에 모인 촛불의 위력을 증강시키는 효과를 불러왔을 뿐이다. 


수구집단의 집회는 시종 괴성과 악다구니로 일관하였다. 

미친개도 저리 짖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가련한 인간 군상들이다. 

고엽제 피해자들은 도대체 누구때문에 자신들의 삶이 파괴되었는지 돌아봐야 한다. 

박정희 정권 달러벌이 수단으로 미국의 용병이 되어 비처럼 쏟아지는 미군의 고엽제를 뒤집어써야 했던 자신들의 처지를 직시한다면 이럴 일이 아니다. 

잠시 이들의 집회를 구경하고 있는 사이 김영환이 나왔다. 

80년대 자신의 중북활동을 고백하며 북한의 실상을 주저리주저리 지저귀며 읊어댄다. 

말로 하니 중언부언, 횡설수설, 글로 쓴다면 괴발새발이다. 

군복 차려입은 쌈 잘하게 생긴 노인들 시청광장에서 함성소리 들려오면 흠칫흠칫 놀라면서 시청쪽을 돌아본다. 

속으로는 몹시 불안한 모양이라.. 

불안과 초조를 감추기 위한 그들의 행동은 괴성의 남발로 이어진다. 

두려움에 떠는 개가 크게 짖는 법이다. 




촛불집회는 참가자들의 자유발언 형식으로 이어진다. 

청소년, 중고등학생들의 발언이 뜨거운 호응을 받는다. 

요새 젊은 애들이라는 말이 쏙 들어갈 치열한 시대인식, 참신하고 주체적인 역사의식이 빛을 발한다.

이날 입때껏 나라꼴을 이렇게밖에 못만들어낸 기성세대들이 반성해야 할 일이다. 

행동하는 양심, 광장의 촛불이 불을 밝히는 이 밤,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는 확신이 가슴 한가득 뿌듯하게 차오른다. 

연사들이 말한다. 

4.19도, 5.18도, 6월항쟁도 언론보도와 무관하였다. 언론이 외면한다고 기죽거나 낙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들끓는 민심, 응축되어가는 국민들의 분노는 기어이 폭발하고야 말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라 하였다. 커가는 촛불을 그 누가 막을 것인가? 



광장의 함성, 타오르는 촛불의 기운을 그 어찌 필설로 다 옮기겠는가? 

함께 행동하는것이야말로 감동을 키우고 나누는 최상의 방법이다. 

8월 10일, 10만이 모이자는 촛불군중의 결의와 호소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정조사는 국회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거리로 쏟아져나와 광장을 점령한 거대한 민심의 바다에서 진짜 국정조사는 진행되어야 한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민주당은 박영선 의원의 연설과 자기 당 의원들을 소개하는 행위가 크게 호응받지 못한 이유를 평가하고 돌아볼 일이다. 

정녕 역사의 퇴물이 되지 않으려 한다면 자신이 서야 할 자리를 똑바로 보는 것을 올바른 정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