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락을 벤다.
이 나락 베고 나면 올해도 다 간다. 나도 한살 더 묵고 내년에도 농사 짓겠지.
농사는 죽을 때까지 안고 갈 내 생업이다.

메루가 핥아먹고

참새가 볼라묵어도..
나락은 익는다.

첫바쿠

두다랭이 비어제끼고 시다랭이째 나는 때늦은 고사를 지냈다.
나락 많이 나오라고..

시상 참 편하게 농사짓는다.
맘까지 편했으면..

채 다 베지 못하고 기계 고장나고 비오고..
술만 잘칵 묵어불고 날 저물었다.
술은 묵었어도 나락은 붓어야제.
21시, 밤 늦은 미곡처리장은 여전히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