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농민, 농사/농사
팻말 농사에 나선 농민들, 농민도 사람이다.
팻말 농사에 나선 농민들, 농민도 사람이다.
2010.05.19모 심을 준비가 말끔하게 되어 있는 논으로 일단의 농민들이 모여든다. 장화를 신고 밀대모자를 눌러쓴 모습이 모내기에 나선 농민들이 분명하다. 그런데 차량에는 모판 대신 구호가 적힌 팻말이 가득하다. 모내기임에는 분명하나 아직껏 한번도 해본 바가 없는 초유의 농사, 팻말농사를 짓기 위함이다. 이명박 정부는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더욱 심화된 쌀대란이 예견되는 가운데서도 아무런 대책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농사지어봐야 제값도 못받고 팔아먹기조차 어려워져 애물단지가 될 나락 심느니 우리 주장이라도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 팻말농사에 나선 농민들의 생각이다. 팻말에 적힌 구호를 확인하고 논에 심을 준비를 하고 있다. 모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모내기가 시작되었다. 저마다 팻말 하나씩을 들고 논..
올 땅콩농사 잘 될거이다.
올 땅콩농사 잘 될거이다.
2010.05.12확실히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 금방이라도 심을 양으로 서대보았으나 올 봄 유난히 지짐거리는 비로 하여 어버이날인 5월 8일에야 땅콩 파종을 끝내었다. 늦으면 늦은대로 급한 녀석들이 빨리 순을 올린다는 어른들 말씀도 있고, 5월 10일 안에만 심으면 무난하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때를 놓치지는 않은 것이 분명하다. 초벌 로타리를 쳐놓은 밭에 석회와 비료를 뿌린다. 다시 재벌 로타리를 치고.. 막걸리 한잔 묵고.. 골을 딴다. 여기까지 하루에.. 비닐 씌우기를 시작한다. 양쪽에 삽 질러놓고 혼자 하는 일이라 일이 잘 굴지 않는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갈 길이 너무 멀어보인다. 낼 모래 또 비온다는데 마음은 바쁘고.. 비닐피복기, 10년을 넘게 굴려온 작업기라 손에 익숙하다. 오후 4시 반, 이제 술기운이 ..
어느새 땅콩 심을 때가 되었다.
어느새 땅콩 심을 때가 되었다.
2010.04.20농사꾼은 때를 알아야 한다. 그 '때' 중에서도 씨 뿌릴 때를 아는 것이야말로 농사꾼이 갖출 기본 소양이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 멀었다. 봄 햇살이 좋아 무거워지는 눈꺼풀이 힘겹던 어느날 차창 밖, 놀라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땅콩 비닐을 씌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메! 그새 땅콩 숨을 때가 돼야부렀는가?" 땅콩 밭으로 달려가니 이웃 밭은 이미 말끔히 정리되어 다음 공정을 기다리고 있다. 반면 우리 밭은 냉이꽃이 흐드러진 채로 오지 않는 주인장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다. 세월아 네월아 하며 매고 있던 철쭉밭을 할매들에게 맡기고 땅콩밭으로 달려간다. 토막일 사흘째가 되어서야 겨우 쟁기질을 마쳤으나 내 갈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그래도 이쯤 일을 해놓고 나면 늘 생각나는 "눈은 게..
쌀값하락 부추기는 대형마트의 횡포
쌀값하락 부추기는 대형마트의 횡포
2009.10.14본격적인 쌀 수확이 시작되었다. 태풍 한번 지나가지 않은 들녘은 올해도 풍년이다. 날씨도 날씨지만 그 어떤 조건에도 불구하고 모든 농사에 최선을 다하는 농민들의 땀과 정성이 풍년을 일구어낸 근본 동력이라 할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싸나 비싸나 농사는 다같은 농사다. 그래서 '자식같은 농사'라 하지 않는가? 이 중에서 쌀 농사는 핵심중의 핵심이다. 우리나라의 쌀농사는 전세계 쌀농사의 시원으로 인정되고 있다. 충북 청원 소로리에서 발굴된 1만5천년 된 세계 최고의 탄화미는 인공 재배된 볍씨로 중국것보다 무려 2천년이나 앞선 것이다. 그러하기에 '쌀은 곧 민족'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쌀은 그저 상품일 뿐이다. 이명박은 쌀을 물가를 관리하는 첨병으로 활용해왔다. 그 결과 집권 2년만에 쌀값은 폭락하여..
농사꾼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농사꾼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2009.07.14대체 시간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 것인가? 농사꾼의 시간은 나락이 크는 속도만큼이나 빨리 흘러간다. 모판에 종자를 치고 모를 키워낼 때, 어린 모를 논에 낼 때까지만 해도 시간은 더디 간다. 그러다가 언제 클까 싶던 모가 땅맛을 알고 나락이라 불리울 즈음이 되어 생장에 속도가 붙게 되면 시간은 쏜살이 된다. 장마철을 지나 칠팔월 무더위 속에서 나락은 청년이 되고 어느새 목아지가 나왔다 싶으면 금방 노란 물이 들어 가을걷이에 구슬땀을 흘리게 된다. 나락의 생장에 맞춰 농민들은 논에 나가 이런저런 일을 하게 되는데 그 일이 물흐르듯 이어져 시간이 어찌 가는지, 세월이 어찌 가는지 알지 못하게 되고 가을걷이가 끝나 손을 털고 나면 어느새 찬바람 부는 늦가을 아니면 눈발 날리는 초겨울이다. 이렇게 1년이 후딱 ..
모내기 끝나가니 복분자가 익어간다.
모내기 끝나가니 복분자가 익어간다.
2009.06.10모내기가 마무리되어간다. 논 스무마지기 갓 넘는 놈이 이백마지기 농사짓는 놈이랑 품앗이를 했다가 쎄가 빠질 뻔 하였다. 이제 양파 심어놓은 논 네마지기만 정리하면 모내기는 완전히 끝난다. 지금 수확하는 양파는 그 사이 가격이 다소 죽었다 한다. 이제야 모내기가 끝나가는데 이장님 방송하신다. 지난번 바람에 중국에서 날아온 애멸구 때문에 줄무늬잎마름병 피해가 예상되니 속히 방제약을 살포하라 한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은 모래바람만이 아니다. 중국매미, 벌거지.. 벨 잡것들이 다 날아온다. 모내기가 끝나가니 밭에서는 복분자가 기다렸다는 듯 익어간다. 앞으로 한 열흘 고창사람들 복분자 따느라 또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 할 것이다. 복분자 농사 시도했다 엎어버린 나는 마음이 한갓지다. 이제 철쭉 엿마지기, 콩 두어..
산과 들에 약비가 내린다.
산과 들에 약비가 내린다.
2009.05.12새벽녘부터 내리던 비가 이슬비가 되어 촉촉히 땅을 적시고 있다. 좀 더 와도 좋을 약비인데 이미 그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는 듯 하다. 차분하고 한가로와진 마음에 사진기 들고 동네 주변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제비 한마리 처마 밑에서 비를 긋고 있다. 대문간에 서니 딱새소리 요란하다. 며칠 사이 솜털도 빠지고 제법 의젓해진 딱새, 생애 첫비를 맞으며 생각한다. "이게 뭐당가?" 땅콩밭에서는 땅콩 싹이 땅을 뚫고.. 이 비 맞고 나면 다 올라오겠다. 작년 늙은호박 썩었던 자리 모종이 되어 부활하고 있다. 그냥 옮겨주기만 하면 되겠다. 이 비 그치고 나면 때 늦기 전에 탱자 울타리 다듬어야겠다. 할미꽃의 진수를 보여주마. 은방울꽃은 핀 새도 없이 늙어가고.. 토방 밑 개구리자리 노란색이 싱싱하다. 복분자가..
땅콩밭의 포식자
땅콩밭의 포식자
2009.05.03땅콩을 심은지 일주일이 되어가지만 땅콩은 아직 딸싹도 않고 있다. 내내 비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용케도 밤사이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이런 비를 어른들은 '약비'라 한다. 이 비 맞고 나면 땅콩들 싹을 팍팍 올릴 것이다. 어제 아침 순찰나간 땅콩밭, 경계하던 까치는 보이지 않고 다른 녀석이 앉아 있다. 청설모 한마리 들통난줄도 모르고 맛나게도 먹어댄다. 아조 삼매경에 빠져 있다. 한참을 지켜보고 있자니 농약발라 뿌려놓은 땅콩을 주워먹고 있다. 심어놓은 땅콩 캐먹는 것이 아니니 내 상관할 바 아니다만 너 탈 날까 걱정된다. 냄새나 색깔만 고약하게 만든 것이라 하지만 농약은 농약이다. "네 이놈" 하고 소리를 지르자 그때서야 부리나케 달아난다. 뒤뚱거리며 달아나는 뒷태가 여간 우습지 않다. 나무 위에서나..
다시 땅콩을 심다.
다시 땅콩을 심다.
2009.04.28땅콩농사 징하다고, 인건비 털고 나니 남는것 하나 없는 헛방농사라고 갖은 푸념을 다 늘어놓았었는데.. 다시 땅콩을 심었다. 밭만 바꾸어서. 작년 땅콩을 심었던 자리는 철쭉을 심기로 하고 여기는 깨와 콩을 갈았던 밭이다. 고창 하면 복분자, 수박, 고추 등이 고소득 작물로 알려져 있으나 엄청난 인력과 기술을 요하는 농사들이다. 다 그렇겠지만 일기조건, 병충해 등에 대단히 민감한 작물들이어서 늘상 옆에 붙어서 살아야 한다. 늘상 나돌아다니고 집안 손대 없는 나같은 농사꾼이 덤벼볼 만한 농사가 아니다. 더군다나 요동치는 가격, 급등하는 인건비, 농자재가격 등으로 하여 명색만 고소득일 뿐 실상은 맘 편히 지어볼만한 농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땅콩은 특이한 병충해가 없고 거름타박을 하지 않아 석회만 몽땅 넣..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2009.04.01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양파밭에 독새기가 시퍼렇게 박혔다. 방치하면 다 지어놓은 농사 망치겠다. 양파금도 좋다는데 아니맬 수 없다. 이틀간 할매들 14명이 품을 들여 매고도 일부가 남았다. 남은것은 가소롭다. 다들 70~80 되신 할매들이다. 먹을거리 제외하고 품삯만 49만원이 들었다. 할매들 돌아가시면 누가 풀 맬까 두렵다.
내가 농사지은 쌀이 개사료보다 싸게 팔려나갔다.
내가 농사지은 쌀이 개사료보다 싸게 팔려나갔다.
2008.11.19올해 농사지은 벼의 대부분을 고창농협 통합RPC(미곡종합처리장)에 산물벼로 냈다. RPC는 이를 도정하여 확보한 망을 통해 판매한다. 10월 말경의 일이다. 도연맹으로부터 전갈이 왔다. 롯데마트 쌀 할인행사에 고창쌀이 납픔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매년 창사 기념행사로 쌀 할인판매를 기획해왔고 여기에 매번 고창쌀이 납품되었다. RPC는 롯데마트와의 지속적인 거래를 위해 마트측의 저가납품 요구에 굴복할 수 밖에 없고 마트는 여기에 최소한의 수수료만을 가산한 매입원가에 판매한다. 이처럼 어떤 한곳이 할인행사를 하게 되면 다른 대형 매장에서도 너도 나도 저가 판매 경쟁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가뜩이나 밑가는 농사를 짓는 농민들로서는 애통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필 햇쌀이 한창 출하되는 민감한 시기이..
땅콩농사 헛방이다.
땅콩농사 헛방이다.
2008.10.16(조선낫) 2008-09-27 07:26 작성 | 농사이야기, 농사, 땅콩 길고 지리하게 끌어온 땅콩농사의 끝을 봤다. 19일 농민대회와 연이은 제주도행으로 농협수매에 응하지 못하고 어제에야 일을 마치고 땅콩상에 내게 되었다. 그사이 땅콩금이 가마당(31kg) 5천원씩이 올랐고 이제 다소 귀해진 터라 전화 한통화에 득달같이 달려와서 싣고 간다. 그런데 농협은 아직도 꿈 속이다. 시중 시세도 모르고 있거니와 어제 수매를 하고 있던 선운산 농협은 농민들이 직접 싣고 가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시세보다도 훨씬 눅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었다.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수확초기 농협의 공세적 수매가 책정이 시중시세를 끌어올리는 작용을 하였다 한다. 사실 이는 농민들이 "이래야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