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농민, 농사/농사
나락을 벤다.
나락을 벤다.
2013.10.07가을, 나락을 벤다. 이 나락 베고 나면 올해도 다 간다. 나도 한살 더 묵고 내년에도 농사 짓겠지.농사는 죽을 때까지 안고 갈 내 생업이다. 메루가 핥아먹고 참새가 볼라묵어도.. 나락은 익는다. 첫바쿠 두다랭이 비어제끼고 시다랭이째 나는 때늦은 고사를 지냈다. 나락 많이 나오라고.. 시상 참 편하게 농사짓는다. 맘까지 편했으면.. 채 다 베지 못하고 기계 고장나고 비오고..술만 잘칵 묵어불고 날 저물었다. 술은 묵었어도 나락은 붓어야제. 21시, 밤 늦은 미곡처리장은 여전히 분주하다.
나락 목아지가 늘어지면 농민들 목은 길어진다.
나락 목아지가 늘어지면 농민들 목은 길어진다.
2013.09.06한국농정신문 농민만평, 박홍규 논에 농약 치러 들어갔다. 몇년만일까?겉으로 보기엔 멀쩡한 논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저러한 병들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가뭄 끝에 내린 비가 원인이다. 눈에 띄지 않았으면 모르겠으나 눈으로 확인한 이상 농약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출수
출수
2013.08.09벼이삭이 목을 내민다, 출수. 성질 급한 놈이 먼저 고개를 내밀고 세상을 엿본다. 벼의 일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작년에는 모개 내민 벼이삭이 여물 틈도 주지 않고 바람이 생명을 앗아가 버렸다. 벼이삭은 고개를 꼿꼿이 새운 체 하얗게 말라버렸다. 재작년에는 아직 고개도 내밀지 못하고 배 속에 들어있는 상태에서 물에 잠겨버렸다. 연 이태 내 농사는 반타작을 면치 못했다. 올해는 이른 벼를 늦게 심었다. 정상적으로 심은 이른 벼 목을 숙이고 만생종 벼는 아직 이삭이 나오지 않은 지금 내 논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벼이삭이 목을 내밀고 있다. 올 날씨는 어쩔랑가 내 선택이 빛을 발할지 두고 볼 일이다. 논두럭을 깎는다. 이런 논두럭 이렇게 만드는 일이다. 살인적인 무더위, 작업은 해장과 해 질..
장맛비 내리는날
장맛비 내리는날
2013.07.05간밤에 시작한 비가 "이것이 장맛비다" 하고 시위라도 하듯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쉼없이 내리고 있다. 쏟아지는 빗발을 뚫고 논밭 둘러보고 저수지 가상 모타 건져내고 나니 온몸이 쫄딱 젖고 말았다. 뭐 더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목욕하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 비가 다소 꺼끔하다. 꽤 말랐던 저수지가 다시 만수위가 되었다. 대단히 큰 저수진데 비가 많이 왔다. 물 넘는 문행기에서는 동네냥반들 나와 떠내려가는 붕어랑 잉어 잡고 있다.아그들은 없고 죄다 중늙은이들이다. 남쪽 하늘부터 떠드는 것이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비가 그치는가 싶었으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비가 내리고 있다. 수로가 감당하지 못하는 또랑물이 논으로 달라들어 모폭을 위태롭게 한다. 큰또랑물이 빵빵하..
모내기 풍경
모내기 풍경
2013.05.30전국 각지의 들녘마다 모내기가 한창이다. 모내기는 나락 농사의 절반, 연하디 연한 모를 보노라면 저것이 언제 커서 나락이 되고 모개를 숙여 추수를 할까 싶지만 일단 모내기만 마치고 나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쑥쑥 자라 금세 황금 들녘이 되고 만다. 모만 심어놓고 나면 농사꾼 1년은 그야말로 쏜살같이 지나가버리고 만다. 오늘은 이광석 전농 의장님 모내는 날.. 전농 본부 성원들이 다 같이 의장님 모내기에 출동하였다. 일거리로만 치면야 이렇듯 모일 일도 아니지만 1년 농사의 절반이라 하는 모내기 기분을 한껏 발산해보고자 전격적으로 기획하였다. 가랑비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씨, 모내기 하기에는 모나 사람이나 더없이 좋다.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야트막한 동네, 20여 가구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형적인..
가을.
가을.
2011.10.23가을, 우리 동네 말로 가실. 가실하러 집에 왔다. 2주만이다. 껄맠 구절초는 이미 시들어불고 산국이 활짝 피었다. 이제 가을도 저물어가는 터.. 낫을 갈아 논으로 간다. 안개가 자욱하니 끼어 이슬 걷힐라문 날 저물게 생겼다. 콤바인 돌 자리 갓 돌리는데 지나가던 할매 한마디 하신다. "모 숭거놓고는 통 안븨드만 나락 빌 때 됭게 보겄네." "아따 할매가 으디 갔다 왔든갑만 그요" ㅋㅋㅋ. 날은 영 깨나들 않고 먹은 술이 알근해져 올 무렵 점심때가 지나고서야 콤바인이 왔다. 나락을 빈다는디 물 쪘던 자리라 그런지 소출이 영 시원찮다. 농사진 이래 최악이다. 배동할 무렵 결정적 시기에 침수가 되야버리니 재주가 없었던 모양이라. 물 쪘던 논에서는 두섬꼴로 나왔다. 말 그대로 반타작.. 그것 참.. 허망하기 ..
땅콩
땅콩
2011.09.18땅콩을 한 두어마지기 갈었다. 작년 절반이나 될랑가.. 추석을 쇠러 집에 내려갔더니 폴쎄 땅콩 캘 때가 되야부렀다는 것이다. 추석을 쇤 이튿날부터 땅콩을 캐기 시작하였다. 명백히 꾀병을 부리는 것으로 판단되는 막둥이를 제외하고 큰놈, 작은놈, 각시, 그리고 나까지 네식구가 달라붙었다. 아~ 날 무지하게 덥다. 아이들이 치맥을 먹자 해 그러자 했더니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다. 피도 안마른 놈들이.. 그래도 군소리 없이 손을 넣어주는 것이 대견하다. 이튿날 오전 일을 채 채우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와버리고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고 각시 혼자 고생하였다. 금요일 다시 집에 내려가 이제는 나 홀로 이틀을 더 캤다. 한여름 땡볕을 무색케 하는 때아닌 무더위가 사람 잡치게 한다. 이웃집 할매 땅콩 쩨까 삶어갖고 맥주..
잡초
잡초
2010.07.29논잡초의 대명사, 나락밭에서 피가 자란다. 뭐 이 정도 피야 나락을 어쩌지는 못할 것이니 내버려두자. 심지어 그럴 듯하게 이쁘기조차 하지 않은가? 이 정도 가지고 뭐라 할 어른들도 이제는 없다. 씨가 떨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도 붙들어매자. 어피차 발아를 위해 투쟁하는 피 종자는 논바닥 전역에 깔리고 깔려 있을 터.. 정작 큰 문제는 나락밭의 피가 아니라 올해도 풍년들겠다는 암울한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어려운 식량 사정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민족의 절반을 지척에 두고도 쌀이 남아돈다 아우성치며 개를 먹일까, 소를 먹일까 고심하는 mb 각카와 휘하 관료들에게 또 다시 찾아오는 풍년은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땅콩밭에서도 잡초가 자란다. 미국자리공, 쩌 잡녀러 풀은 당장 뽑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방치하면..
마른장마
마른장마
2010.06.30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그런데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장마통에 논 말린다'더니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예보에 지하수를 꺼버린 논마다 물이 보트고 있다. 마른장마다. 뿐인가? 파종한지 열흘이 넘은 콩이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스프링 쿨러라도 한바탕 돌려야 하나? 이번 주말 비가 온다고는 하나 영 미덥지가 않다. '제기랄'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래 저래 농사꾼은 애가 탄다. 덥다 더워!
모내기를 마친 여유로움이라니..
모내기를 마친 여유로움이라니..
2010.06.13오늘은 하루 종일 선선한 바람에 비가 오락가락, 일하기 딱 좋거나 놀기 딱 좋은 날씨. 어제 모내기를 마친 나는 한갓진 마음으로 논배미를 오가며 모내기 뒷수습을 할랑할랑 하고 다녔다. 세상사 어찌 되었건 모 숨어놓고 나니 올 농사 다 지은 것 같고 세상이 다 내것 같다. 이제 크는 모와 더불어 모가 나락이 되고, 나락 목아지 숙어 가울걷이 할 때까지 농사꾼 세월은 일사천리로 흘러가고 말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제 시작인 듯 하지만 올해도 이미 다 가부렀다. 농사꾼한테 이보다 흐뭇한 광경이 또 있을까? 내 논에 물이 들어간다. 콸콸.. 옛 어른들이 꼽는 세상에서 가장 옹골진 풍경 두가지,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내 논에 물 들어가는 것. 물 잡힌 논을 고른다. 이른바 써레질이다. 어떤 지방에서는 ..
모내기
모내기
2010.06.07선거를 마치고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이미 한고비를 넘기고 다소 늦은 모내기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은 별 볼일 없었지만 전국적인 선거농사가 잘 된 탓에 마음은 비교적 가볍습니다. 특히 순창의 선거농사는 가슴 벅찬 쾌거였습니다. 한 20여년 농사를 지으면서 열번 이상은 6월 6일에 모를 심었지요. 어찌 한번 땡겨볼라 해도 묘하게 6월 6일날 심어지곤 했습니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그래서 올해도 6월 6일로 날을 잡아뒀는데 올해는 6월 6일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모도 덜 크고 여러모로 준비가 순조롭지 못합니다. 한 9일경에나 심어질듯 합니다. 예년같으면 막바지일텐데 올해는 봄 일기가 불순하여 못자리들을 늦춘 탓에 아직 그리 늦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우리것은 아직 심지 못하고 있지만 요사이 ..
못자리
못자리
2010.05.25200마지기 농사를 짓는 친구한테 의탁하여 스무마지기 늦은 못자리를 하였다. 올해는 논이 더 줄었다. 준비하는데 한나절, 12시가 넘어서야 일판이 제대로 시작되었다. 새벽부터 비는 내리고.. 쉬지 않고 끊임없이.. 추적추적.. 흙담기에서부터 낙종, 복토까지 한꺼번에 해결되는 기계인지라 시작만 했다 하면 번갯불이다. 컨베이어 벨트의 위력인가보다. 기계가 돌기 시작하면 우리는 이내 기계의 부속품이 되어버리고 각자 맡은 위치를 고수하며 쉴 새 없이 손을 놀린다. 빈 모판을 넣는다. 막둥이딸은 친구 집으로 놀러 가버리고 큰딸 수명이가 고생하였다. 빈 모판이 기계에 들어가면 먼저 흙이 담아지고 물이 주어진 다음 종자가 뿌려진다. 모판이 낙종부를 통과하고 있다. 복토가 되어 완성된 모판을 나르는 일은 아들놈이 맡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