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방장산
눈 없는 겨울산은 황량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인가? 눈만 내리면 내 마음은 산으로 달린다.
눈 많은 고창, 겨울 방장산은 눈이 내려야 제격이다.
해가 바뀌기 전인 지난 주말 많은 양은 아니지만 눈이 내렸다.
허리까지 차는 눈을 헤치고 아무도 지나지 않은 능선길을 걷는 묘미를 나는 오직 방장산에서만 제대로 느껴보았다.
달리 할 일이 없다. 장작 몇조각 쪼개놓고 방장산으로 향한다.
가평마을에서 보는 방장산이 웅장하다.
이번에는 오랫만에 용추골에서 직등하여 주릉을 타다 파릿재에서 하산하여 다시 용추골로 돌아오는 길을 택하였다.
양고살재에 새 도로가 뚫리기 전에 많이 타던 산길이다.
용추골에서 오르는 길은 주릉에 도달하기까지 한치 에누리 없는 가파른 오름길이다. 대신 가장 빠르게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의 양이 많아지고 하루종일 햇빛을 받지 못한 나무에는 새하얀 눈꽃이 피어 있다.
쓰리봉 가는 주릉길을 알리는 팻말이 붙어 있는 나무 왼쪽으로 용추골에서 오르는 길이 나 있다.
주릉에는 사람 발자욱이 많다. 입암 갈재에서 양고살재까지 가는 종주산행을 많이들 한다.
눈은 내리지 않고 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말 조망이 좋은 곳인데 아깝다.
천막 하나 있는데 기척이 없다. 지팡이 나란히 박아놓고 곤히 잠든 모양이다.
이따 밤에 잠 안오면 어찔랑고.. 좌우튼 부럽다.
방장산 정상, 여전히 조망은 터지지 않는다.
산 아래에서 보면 아까 지나온 봉수대가 더 높아보인다.
그래서인지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봉수대에 정상 팻말이 서 있었고 그곳을 정상이라 알고 살았다.
고도차이가 불과 18미터 정도에 불과할 뿐더러 그짝이 훨씬 정상스럽게 생긴 탓이 아닌가 싶다.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는 곳에 도착하니 구름이 걷히고 해가 나온다.
산을 넘는 구름 사이로 휴양림이 있는 장성 방향 시계가 터진다.
예까지 왔는데 이 정도는 보여줘야지 하는 산의 배려가 아닌가 싶다.
고창고개라 불리는 능선 위의 사거리에 도착하였다.
가평 사람들은 파릿재라 불렀다.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다.
산 아래 동네 가평 사는 젊은 사람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용추골에서 장성 망골(만골)을 넘나드는 고개로 방장산에서 가장 긴 계곡을 끼고 있다.
다 내려왔다. 숲길 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오랫동안 방장산 정상으로 여겨졌던 봉수대 봉우리다.
아무리 봐도 저 봉우리가 훨씬 정상스럽다.
해가 뉘엿뉘엿.. 오늘 일몰 볼만하겠다.
전체 산행 3시간 반가량 소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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