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겨울산으로 떠나요.
이번 주 내내 꽤 많은 눈이 내렸다. 아들 녀석과 방장산을 오른다.
황량한 겨울산이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겨울산은 역시 눈이 내려야 제맛이다.
12시가 넘었다. 좀 더 일찍 서둘렀더라면 좋았겠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눈이 부시다.
가파른 산길을 톺아올라 능선에 당도했다.
능선에는 눈이 많다.
방장산 능선길은 비교적 순탄하다.
벽오봉 지나 억새봉에 도착했다.
눈꽃이 핀 나뭇가지 사이로 방장산 주봉이 보인다.
자전거 도로를 낸답시고 억새봉 턱 밑까지 산을 많이도 절단 냈다.
몇 년은 지나야 흉한 꼴이 좀 사라지겠다.
억새봉에는 더 이상 억새가 없다.
페러글라이딩 한다고 잡목을 싹 제거해 민둥산을 만들어버리더니 억새조차 제거하고 잔디를 깔아놓았다.
바람이 몰아붙인 봉우리 안부는 눈이 허리까지 차오른다.
무게 0.1톤을 오락가락하는 아들 녀석.
제법 날씬해졌다.
갈 길이 꽤 멀다.
이런 길을 지날 때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저~짝 끝에서부터 걸어왔다.
많이 왔네.
정상의 조망은 거침이 없다.
날이 좋으면 지리산도 보인다.
두 가지 노래의 가사가 떠오른다.
오느으을도오오 걷느으은다마아는..
태백산맥에 눈 나린다 총을 매애어라 출진이다..
방장산 너머 입암산의 능선이 펼쳐져 있다.
눈에 묻혀 사라진 길을 열고..
헬기장이 있는 봉수대.
예전엔 이 곳이 정상이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살았다.
주릉을 벗어나기 직전 라면으로 허기를 달랜다.
뜨거운 국물에 소주 한 모금이 뱃속을 데운다.
용추골로 빠지는 하산길은 그야말로 급전직하의 내리막길.
출발했다 하면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바닥에 이르게 된다.
하늘이 여전히 파랗다.
그럭저럭 다섯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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