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많은 눈이 내렸다.
바람이 세차게 치더니 마루에까지 눈이 올라왔다.
이 정도면 폭설, 지금 이 순간에도 하염없이 퍼붓고 있다.
참 많이도 온다.
눈이 내리면 한없이 싸돌아다니고 싶어지는 사람인지라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적재함 뒷쪽에 묵직한 호안블럭 대여섯개 얹고 체인을 걸었다.
이정도 채비면 어지간한 눈길은 까딱없이 헤쳐나갈 수 있다.
자만해서는 안되겠지만 고창 사람들은 눈길 운전에 꽤나 익숙하다.
눈길을 달려 부안으로 갔다.
폭설에 잠긴 주차장에서 차를 뽑아내느라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날 할라 춘디..
위 모씨 내외와 내소사로..
눈 내리는 내소사는 가히 선경이었다.
설경을 넘어선 선경.
전나무 숲길 지나 벚나무 가로수 그리고 사천왕문에 이른다.
벚나무에 쌓인 눈이 가히 환상적이다.
말 그대로 설화, 워매 작것..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내다운 위 모씨는 춘 티 안내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눈싸움하는 오누이..
머지 않아 한놈 울지 싶었는데 3분쯤 후에 여동생이 운다.
친오빠 맞군.
절 마당이라기보다 잘 꾸며놓은 오래된 정원같은 분위기, 고요하고도 아기자기하다.
몹시 추운 날씨.
대웅보전 문살에 핀 꽃이 그나마 따뜻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