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어머니는 길게 자란 고드름은 따지 못하게 했다. 

"고드름이 질게 달려야 풍년 든다이"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눈도 올만큼 오고 어지간히 강치도 하고 그래야 내년 농사(아직은 설 전이니 농사는 내년 일이다)가 잘 된다는 것을 길게 자란 고드름에 빗대 말씀하신게다. 

하지만 우리는 저마다 처마 끝에 달린 젤로 길게 자란 고드름을 따다 니께 크네 내께 크네 재기도 하고 칼쌈도 하고 놀았다. 

입에 넣기 좋게 자란 고드름은 우두둑 우두둑 깨물어먹기도 하고..

첫눈은 만병통치약이라 집어먹고 고드름은 깨먹고 그랬다. 

문 맛이 있었을까 싶은데 그때는 맛나게 묵었다.  


올해는 고드름도 못보고 넘어가나 했더니 요 며칠새 고드름이 제법 길게 자랐다. 

그런데 말이다.

풍년 들면 뭐 할건데.. 어쩔건데..

풍년을 구가하지 못하는 농사꾼 처지가 참으로 얄궂다.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 힘만 더 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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