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영농발대식을 마치고 무주 가는 길, 진안 어간에서 머리빡 하얀 산을 보는 순간..
'아.. 오늘 집에 못가지..' 싶었다. 
장수 지나 무주에 들어서고 덕유산을 바라보며 결심은 확고해졌다. 
'저런 산을 어찌 바라만 보고 그냥 갈 수 있단 말인가'
볼 일 다 보고.. 무풍 소재지에서 바라다본 대덕산이 최종적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동갑짜리 농민회원이 둘이나 살고 있는 백두대간 소사고개 아래 부흥동 마을회관에 몸을 누인다.
대간을 넘는 칼바람 쌩쌩 부는 해발고도 650미터, 동네 어르신들이 뎁혀놓은 회관은 따뜻했다. 

대간 마루에 자리잡은 사래 긴 고랭지밭 너머로 새벽빛이 밝아온다.  
아래 보이는 마을은 거창 고제면 소속이 되겠다. 

그래 생각난다.
이태 전 겨울 백두대간 북상길, 이 밭에는 수확하지 않은 배추들이 군데군데 널부러져 있었다. 
다행히 지난 가을 배춧값이 나쁘지 않았다. 
나즈막하게 웅크린 초점산, 대덕산.. 낮은 산이 아닌데 이 동네가 워낙 높다. 
칼바람 죽인다. 무쟈게 춥다.
전화기고 사진기고 밧데리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정신을 못차린다. 

대덕산과 마주 선 삼봉산, 대덕산 너머에서 떠오르는 햇살에 붉게 물들었다.
대간은 삼봉산 능선을 지나 소사고개 일대에 넓은 분지를 만들어놓았다. 
삼봉산이 늘어뜨린 자락이 오히려 대간보다 굵게 땅을 가르고 삼봉산 끝자락에 나제통문이 있다. 
오래된 옛적 무풍은 신라땅이었다.

초점산 삼도봉

무주와 거창, 김천 접경이 되겠다. 

대덕산

삼봉산 너머 덕유산, 대덕산 오르는 맛은 삼봉산 바라보기에 있다.
노래가 절로 나온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초점산 너머 저 멀리 가야산, 초점산은 장장 100여km에 달하는 합천 방향 수도기맥이 시작되는 분기점이다.

대덕산 정상

대덕산 지나 북상하는 굵직한 대간길, 저 멀리 민주지산..
이태 전에는 이 길을 한걸음에 짓쳐 나갔더랬다.
그때만 해도 40대, 힘이 넘쳤던 모양이다. 

하산길에 접어든다. 

눈이 살짝 깔린 빙판길, 아이젠을 하고도 쭉쭉 미끌어지는 간 출렁거리는 하산길. 
아이젠을 안챙겼더라면 뼈도 못추릴뻔 했다. 
해빙기 산행길 아이젠은 필수품.

아마도 족제비, 생김새만치나 발자국도 귀엽다. 
이 녀석들도 곳곳에 미끄러진 흔적을 남겨놓았다. ㅋㅋ
천상화원에 다녀온 듯한 꿈결같은 산행을 덕산재에서 마친다. 

귀가길, 무주 안성 방면에서 바라본 덕유산 주릉.
잘 가거라 겨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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