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손짓하는 덕유산 주릉을 제대로 눈에 담아보겠다고 인근 야산을 오르다 만난 수리부엉이. 
주위를 둘러봐야 둥지가 있을만한 서식환경이 아닌데 대낮에 나타난걸 보니 아마도 새끼가 딸린 듯..
산 아래 우사에 드글거리는 쥐를 잡으러 오지 않았나 싶다. 
훌쩍 날아 소나무에 앉는다. 
그 자리 가만 있으라 하고 먼지 앉은 망원렌즈를 달고 돌아오니 역시 그 자리 그대로 있다. 
그 언젠가 아침 나절 멧돼지 사냥길에 찜해둔  긴점박이올빼미를 해질 무렵 그 자리에서 사진에 담은 적이 있다. 
하루 종일 꿈쩍 않고 있었던 모양이라..

반갑다 수리부엉이

새들의 아련한 시선이 좋다.

안보는 척 나를 본다.

그래 그렇게 대놓고 보자고..
안잡아묵는다. 
너 닥도 잡아묵제? 폐닥은 안묵는다고? 
그려.. 닥은 우리가 잡으마..

주식인 쥐로 하여 한때 멸종위기까지 갔다는 수리부엉이, 70년대 활발히 벌이던 쥐잡기 운동 때 쥐약 먹은 쥐를 많이 먹은 탓이다. 
그 시절에는 개들도 많이 죽어 나갔다. 쥐약 먹고 눈이 뒤집혀 게거품을 문 상황에서도 주인 앞에 온순하던 멍멍이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구정물을 먹여 토하게 해도 결국 고래구녁으로 뛰어들어가 생을 마감하던 불쌍한 멍멍이들.. 
텃새로 사는 수리부엉이, 이제는 개체수가 꽤 늘어났다니 다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