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 마을에서 치밭목 거쳐 천왕봉을 오른다. 
간간이 비가 내리고 산은 온통 구름과 안개에 갇혔다. 
중봉에 다다를 무렵 앞서가던 등산객 우는 새소리 뭐냐 묻는다. 
까마구 소리 아니냐 무심코 답하고 나니 까마구 아니다. 
'잣까마귀로구나!' 내심 이 녀석을 보게 되리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부리나케 렌즈를 갈아끼워 놈을 겨냥한다. 

 

몇 해 전 이 녀석들을 보겠다고 설악산을 오른 적이 있다. 
줄기차게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를 뚫고 오른 대청봉, 비에 젖은 흑백 사진으로 간신히 알현했던 잣까마귀.. 
너하고 나는 어찌하여 뿌연 안개 속 흑백사진으로만 만나게 되는가?
다행히도 사람을 그리 경계하지 않는 녀석들, 가까이 다가와 나와 마주한다. 
'잣까마귀'라는 이름자는 깃털에 박힌 잣 모양의 흰 반점에서 비롯되었음이 분명하다. 

 
 
 

이다음에는 햇빛 좋은 날 안개 걷어내고 한번 만나자고..
워뗘?

잣까마귀(Spotted Nuteracker)

유라시아의 아고산대 침엽수림에 서식한다. 남한에서는 일부 지역에서만 매우 드물게 번식하는 텃새이며, 북한의 고산지대에는 흔하게 번식한다. 대표적인 서식지는 설악산 대청봉 일대와 지리산 등 해발 1,000m 이상 고산지대다. 

작은 무리 또는 단독으로 생활하며 침엽수(소나무, 잣나무 등) 종자를 먹는다. 곤충류도 즐겨 먹으며 파충류, 새 알, 동물의 사체도 먹는다. 비교적 경계심이 없어 사람을 겁내지 않는다. 먹이를 저장해 겨울을 대비하는 습성이 있다. 

눈이 남아 있는 3월 번식활동을 시작하여 4~5월에 알을 서너 개 낳고 17~19일간 포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