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깃대봉
처음 가보는 홍도, 섬 여행은 늘 설렌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깃대봉으로 달린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섬을 굽어보고 싶었다.
왕복 십리길, 섬 주변을 한바퀴 도는 유람선을 타려면 점심밥 포기하고 두 시간 만에 다녀와야 한다.
나이 50을 갓 넘긴 고향 친구들, 한놈도 따라 나서지 않는다.
아무래도 우리는 몸보다 맘이 먼저 늙어가는 모양이다.
얼마간 오른 전망대에서 섬을 굽어본다.
눈 아래 홍도 1구. 등 뒤 깃대봉 너머 홍도 2구, 사람 사는 마을은 단 두 개뿐이다.
사실상 대다수 주민들이 1구에 밀집해 산다고 보면 되겠다.
잘 닦아놓은 판데기길이 끝나고 숲길로 접어든다.
정상에 이르도록 길은 줄곧 이렇다.
홍도 1구와 2구를 잇는 유일한 육로, 상록수 울창한 어두운 숲길이 다소 답답하기조차 하다.
해양민속과 불교의 결합이라..
미륵이라는데 내 눈에는 핵탄두로도 보이고 수소탄으로도 보인다.
큰유리새(1회 겨울깃),
깃털로 보아 올해 태어난 녀석이다.
드디어 깃대봉
바다는 저 멀리, 보이는 건 산봉우리들..
조망이 좋지 못하다.
사면팔방으로 섬 구석구석을 볼 수 있으리라던 기대가 심히 멋쩍다.
애써 오른 깃대봉의 밋밋함이 몹시 실망스러웠다.
시간이 없어 곧 다시 내려가야겠는데 청띠제비나비 몇 마리 곁을 두지 않고 쏜살같이 날아다닌다.
청띠제비나비는 지난해 울릉도에 가서야 대면한 남쪽나라 나비, 그저 눈길만 준다.
그런데 낯선 나비 한 마리 느릿느릿 날아와 주위를 어슬렁거린다.
느리긴 하나 분주하여 영판 성질 돋군다.
어떤 녀석일까.. 도감 들여다보면 알 수 있겠지 했는데 모르겠다.
날개 밑면은 남방오색나비와 닮았지만 확신하기 어렵다.
혹 생겨난 지 오래되어 날개 닳아진 암붉은오색나비일 수도 있겠으나 차이가 꽤 크다.
날개 윗면은 암붉은오색나비 수컷과 유사하지만 이 역시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남방오색나비나 암붉은오색나비나 국내 토착종이 아닌 길 잃은 나비로 취급된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상 사진 자료도 풍부하지 않아 이건지 저건지 단정하기 어렵다.
혹 알지 못하는 제3의 종일 수도 있겠으나 그 역시 알 수 없다.
하 이것 참..
물어볼 데를 찾아야겠다.
나비 따라다니다 유람선 놓칠 뻔했다.
나는 듯이 뛰어내려와서야 겨우 마지막 승선자가 되었다.
바위에 기어오르는 거북이가 보이시는가?
잘 안 보여도 보인다 하시라. 마이크 잡고 침 튀기는 안내원 아자씨한테 혼날 수 있다.
홍도는 유람선 타고 한 바퀴 돌아보는 맛에 가는 모양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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