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가을을 탔던가?
저무는 가을 부는 바람에 가슴이 활랑거렸다. 
산을 보면 오르고 잡고 운전대를 잡으면 마냥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섰던 길, 덕유산 망봉..

칠연계곡을 거슬러 올라 주릉을 타고 남덕유 방향으로 진행, 무룡산 근처 망봉 능선 갈림길에서 김영승 선생님 일행과 합류했다. 
망봉은 방준표 전북도당위원장이 최후를 맞았다고 알려진 곳이다. 

가을은 가을.  드는지도 몰랐던 단풍이 어느새 지고 있다.  
일렁이는 바람에 낙엽비가 내린다. 우수수수..

주릉이 가까워지니 숫제 겨울 분위기가 난다. 눈이라도 올 듯..
주릉에 오르기 전 계곡물을 채운다. 물맛 참 좋다. 

주릉의 가을.. 바람이 쓸쓸하다. 
홀로 가는 등산객, 고독을 흩뿌리며 앞서간다.  

주릉에 핀 쑥부쟁이 

향적봉과 남덕유, 덕유 주릉 양 끝단의 봉우리들이 구름을 이고 있다.
무룡산의 자태가 웅장하다. 춤추는 용..

저 아래 가지능선 끝자락이 망봉.
망봉 부근에는 거목으로 자란 노송들이 즐비했다. 

무룡산 못 미친 이름 없는 작은 봉우리에서 망봉으로 가는 가지 능선이 뻗어나간다.

한 20여분 기다렸나 보다.
김영승 선생님을 뵌다. 
산행 내내 늘 한결같은 품새를 잃지 않으시는 선생님은 올해 여든셋이시다. 

망봉 능선으로 접어든다.

드디어 망봉, 거칠고 먼 길을 왔다. 

방준표 위원장과 그 동지들을 추모하며..

포로 되어 수용소에서 전해 들었던.. 뒷날 여러 동지들을 통해 종합한..
당시 망봉의 상황과 방준표 위원장을 추억한다. 

어렴풋한 산길을 더듬어 칠연계곡으로 하산..
선생님 말씀하신다. 
"내 90까지는 산을 타야 되겠는데 맘대로 될까 몰라"
10대 소년 빨치산이 80 노구가 되기까지 그 인생의 곡절과 노고는 얼마였을까? 
모쪼록 통일조국 그 날까지 강건하시길..
한시바삐 그날을 앞당기자는 가슴속 결기를 다잡는다. 

 

망봉.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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